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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비 1위 화웨이 잡는다…삼성전자 '공세 전환'

  • 2021.06.23(수) 16:32

네트워크사업부 첫 단독 행사 개최
화웨이·ZTE 부진 틈타 점유율 5위 '탈출'

삼성전자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본격화했다. 성공적인 첫발을 위해 네트워크사업부는 처음으로 전세계 관련업계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행사도 열었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신제품을 공개하던 언팩(공개 행사)과 같은 형식이었다. 업계에서는 통신장비 시장 선두주자인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네트워크사업부 첫 '언팩'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밤 '삼성 네트워크 : 통신을 재정의하다'라는 주제로 온라인 이벤트를 열고 새 5G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단독으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트워크사업부는 고동진 사장이 총괄하는 IM(IT·모바일) 부문 소속이다.

지난 22일 '삼성 네트워크 : 통신을 재정의하다'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5G 네트워크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이날 행사는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직접 진행을 맡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담대한 열망을 통해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며 "지금 이 순간 저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미래 사업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바탕에는 기술력이 있다. 전 사장은 "삼성 네트워크사업부의 성장은 기술력, 특히 칩셋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이 비결"이라며 "20년 넘게 독자적인 설계칩을 개발했던 역량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자체 개발 시스템온칩(SoC)이 탑재된 5G 제품을 공급했고 이 수는 이제 20만개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 기술에도 역점을 두고 미국의 주요 통신사업자가 제시하는 운용, 성능, 기능, 신뢰성 기준에 부합하는 가상화 RAN(기지국)을 대규모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유일한 벤더가 됐다"며 "5G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실현돼 이 사회의 모든 이들이 연결돼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5G 혁신 기술로 완성도 높인다

이날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기술로 개인의 일상과 각종 산업 현장에서 네트워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재정의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로 △기지국용 차세대 핵심칩 △차세대 고성능 기지국 라인업 △원 안테나 라디오 솔루션 △5G 가상화 기지국(vRAN) 솔루션 △프라이빗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소개했다.

기지국용 차세대 핵심칩은 △2세대 5G 모뎀칩(5G Modem SoC) △3세대 밀리미터웨이브 무선통신 칩(mmWave RFIC) △무선통신용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통합 칩(DFE-RFIC Integrated Chip) 등 3종이다.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면서도 기지국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신제품 3종은 내년에 출시되는 차세대 고성능 기지국 라인업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3세대 듀얼밴드 컴팩트 매크로.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삼성전자는 '3세대 듀얼밴드 컴팩트 매크로' 기지국과 '다중입출력 기지국' 등 고성능 이동통신 기지국 라인업도 공개했다. 3세대 듀얼밴드 컴팩트 매크로 기지국 2개의 초고주파대역을 동시에 지원하며, 현재까지 공개된 제품 중 최대인 2400MHz(메가헤르츠)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400MHz 광대역폭을 지원하는 다중입출력 기지국은 최대 통신 속도는 높이면서도 소비전력은 20% 줄였고 크기는 30% 줄여 설치가 쉽다.

이밖에 3.5GHz(기가헤르츠) 대역을 지원하는 대용량 다중입출력 기지국과 700MHz 대역부터 2.6GHz 대역을 지원하는 수동형 안테나가 통합된 '원 안테나 라디오' 솔루션과 범용 서버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5G 가상화 기지국' 솔루션도 공개했다.

 5위 그치는데…화웨이 빈자리 채울까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통신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일본 NTT도코모에 이어 유럽 보다폰과의 계약도 성사시켰다. 

전경훈 사장은 "삼성전자는 4G 이동통신이 보급되기도 전인 2009년에 선제적으로 5G 연구를 시작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전세계 5G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5G 시장에서 이미 4G 사업 계약 건수보다 더 많은 사업 계약을 수주해 현재 전세계 400만대 이상의 5G 기지국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점유율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은 7.2%로 5위에 머물렀다. 선두권과의 격차도 크다. 화웨이(31.7%)와 에릭슨(29.2%)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위권과는 동떨어져 있다. 3위는 18.7% 점유율의 노키아가 차지했고, 중국 ZTE가 11%로 뒤를 잇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들의 미국 제재를 기회로 보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업체의 장비에 대한 승인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3월 FCC가 국가안보위협으로 규정한 화웨이와 ZTE 등이 대상이 된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규제를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웃돌던 화웨이의 점유율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계약을 맺은 주요 통신사업자들과의 수주가 시작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전경훈 사장은 "삼성전자는 20년 이상의 자체 칩 설계 경험과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5G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도 업체와의 파트너십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통해 모든 사물과 사람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초연결 시대로의 진입 가속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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