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많아져 매출 감소로 이어지자 '커피 배달'로 활로를 찾고 있다. 배달 홍보를 어디서 해야 할까 고민하다 '잘나가게'란 서비스로 인근 지역의 상권을 분석해 봤다. 30대 여성 70% 가량이 카페를 즐겨 찾는 인근의 주상복합타운 지점을 발견하고 그 곳에 홍보 마케팅을 집중하기로 했다.
'잘나가게'는 KT가 작년 12월 출시한 데이터 기반 상권분석 서비스다. 출시 후 홍보를 활발히 하지 않았음에도 자영업자와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다. 벌써 5만명가량의 가입자가 모였다.
전날(17일) 개최된 간담회에 따르면 KT는 유동인구와 인근 상권 정보 분석에 그치던 잘나가게가 기대 이상으로 호응을 얻자 '배달'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A씨처럼 코로나19 이후 배달이 외식업 종사자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깃발 꽂기' 월 백만원 쓰는 자영업자라면…
KT가 배달 분석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이유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때문이다. 온라인 기반 배달 시장 규모는 2019년 6조원대에서 1년 만인 지난해 7조6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배달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KT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을 울며 겨자먹기로 쓰고 있다.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선 점포를 알린다거나 주문을 받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배달앱을 쓰면서 광고비와 결제·중개수수료, 배달대행료까지 지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많게는 월 100만원 가량이 광고비로 나간다. 이는 배달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른바 '깃발 꽂기' 광고와 관련이 있다. 배달 플랫폼은 지도에 '깃발'을 꽂아 이를 중심으로 반경 3km 내의 잠재 고객에게 홍보를 할 수 있게 한다. 깃발 하나당 가격은 8만8000원(VAT 별도). 내 점포 주위로 깃발 10개만 꽂아도 한달에 88만원을 광고비로 내야 한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이 깃발을 꽂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장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KT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배달 플랫폼으로부터 꽂는 깃발 당 배달 수요를 일시적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지도 어디에 깃발을 꽂아야 주문을 많이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KT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무료'다. KT의 배달분석을 활용하면 깃발을 최적의 위치에 꽂을 수 있어 광고비를 아낄 수 있다. KT의 배달분석은 △배달 광고 위치 추천 △배달 주문 통계 △주변 세대수 및 외식업 매출 분석 세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예컨대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브런치를 주문하는, 30~40대 여성' 이런 고객층이 어디에 밀집해 있는지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잘나가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헌 KT AI·빅데이터 사업본부 상무는 "자영업자분들께서 결제수수료와 광고비가 너무 많이 들어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며 "'KT가 뭔가 (배달 지출을) 줄여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더니 정답은 광고비더라"고 말했다.
KT는 배달 플랫폼까지 거론할 만큼 자체 빅데이터에 대해 자신만만하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KT의 유선 전화와 인터넷 결합 상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기지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물단위 상권 정보' 특허를 발급받기도 했다. 데이터 오차율은 10% 수준이다.
'원가 수준' 점포 진단, 가격 메리트 있을 것
KT는 이 서비스들을 무한정 공짜로 제공하진 않는다는 방침이다. 올해까지 상권분석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뒤 내년부터는 일부에 과금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내달 출시되는 '점포 진단'이란 서비스는 사업주가 KT에 의뢰를 하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추출한 가게의 수익성이나 입지 안정성, 운영 방식에 대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외부 컨설팅 정보도 포함된다.
KT는 '원가' 수준 이상의 가격은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우리가 돈만 벌려고 이런 서비스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원가 수준의 파격적인, 부담 없는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소상공인 폐업률이 세계 1위다. 데이터 기반의 이런 서비스를 받으면 폐업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KT가 잘나가게를 통해 얻는 수입은 앞으로 협업사들로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잘나가게가 B2C(기업-소비자 거래) 사업 모델이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모델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의미다.
당장 KT는 오는 11월 잘나가게에 가입한 사장님을 위한 비대면 대출 추천 상품을 출시한다. 신한은행 등 금융사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평사와 협업해 점포 매출, 점포 진단 정보를 기반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주 대상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대출연계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현재 각종 프랜차이즈 본사와 이커머스 기업 오아시스도 KT에 협업을 제안한 상태다. 이종헌 상무는 "향후 관련 업체들과 '원팀'을 형성해 국내 최대 소상공인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한다는 게 우리 비전이다"라며 "데이터 기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세한 회사들과 유기적 결합을 한다면 사업적 성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