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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수소동맹]①'아무도 못 가본' 생태계 열린다

  • 2021.09.20(월) 07:40

탄소중립 절실함 속 대기업들 속속 합류
생산-유통-활용 '일익 담당'…경쟁보다 협력

수소사회가 순식간에 다가왔다. 수소경제 규모는 2050년 30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각국도 수소경제 주도권 잡기에 치열하다. 한국 역시 적극적이고, 상대적으로 앞서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전에 없는 기회다. 국내 수소경제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또 그 생태계의 구성원이 될 기업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수소(H₂) 에너지는 공상과학소설 속 얘기였다. 만들기엔 비싸고 다루기도 어려운 게 수소라서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목표에 둔 기술의 발전은 수소를 현실 속 대안 에너지원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비싼 수소를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만들고, 저장하며 활용하는 속에서도 위험을 제거해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속속 탄생하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열린 것이다.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수소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8일엔 국내 15개 대기업 총수와 최고 경영진이 모여 수소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수소기업 협의체'를 공식 발족했다. 회원사 15곳 중 현대차 SK 포스코 롯데 한화 효성 등이 203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만 47조8000억원.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산업 생태계 안에서 보완 역할을 하는 'K-수소동맹'이 꾸려졌다는 점이다.

/그래픽=김용민기자 kym5380@

"수소사회 가는 마지막 열차"

국내 수소산업의 시작은 수소전기차(HEV)를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이끌어온 현대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수소전기차가 보편화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얘기다. 수소의 생산과 유통 인프라가 확보돼야 수소차가 보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동차 연료 수요만으로는 수소 생산도, 유통도 수지를 맞추기도 어렵다. 생산과 유통 체계가 갖춰져야 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운송수단의 연료, 발전기술 등 다양한 활용방법까지 갖춰야 제대로 꽃피울 수 있는 게 수소경제란 얘기다. 

뜬구름 같았던 수소경제는 탄소중립에 대한 기업들의 절박함과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기업들을 변화에 동참하게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협의체 발족 즈음 "지금 이 순간이 수소사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일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정 회장은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 발전이 늦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 할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 구도를 뒤로 하고 과감한 협력과 분업으로 수소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데 나서고 있다. 기존에 잘하는 분야를 앞세워서다. 정부도 지원에 나서면서 기업별 사업 전략도 체계화, 구체화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소를 빼고는 탄소중립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유통-활용' 세 축

수소 생산 분야에는 기존 정유·화학, 제철업계가 대거 포진했다. 아직까지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 천연가스나, 석유화학 등 공정에서 배출되는 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효율화하는 데는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롯데케미칼, SK, 포스코 등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차원 더 친환경적인 수소로는 부생수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 아예 풍력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탄소 배출 없이 만드는 '그린수소' 등이 꼽힌다. 정부는 이런 친환경 수소를 정의해 생산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2021수소모빌리티+쇼’ 개막에 앞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주요기업 총수들. (왼쪽부터)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세홍 GS그룹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사진=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제공

저장과 유통 분야는 저장 소재 개발과 액화, 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고압의 수소를 저장하려면 매우 강한 소재가 필요한 만큼 효성, 코오롱, 태광산업 등 기존 화학섬유 업계가 관련 소재 연구개발의 주축이 되고 있다.

또 수소는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액체로 변화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액화기술 역시 수소 유통의 핵심이다. 따로 액화플랜트라는 대형 설비가 필요하다. 이 분야에는 SK E&S, 한화솔루션, 효성 등이 사업계획을 마련 중이다. 충전 인프라는 기존에 주유소 및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를 가진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수소 활용은 현대차 넥쏘 같은 수소전기차가 가장 대표적이다.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면 선박이나 열차, 건설기계, 드론 등의 기존 사업 분야의 동력원을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하는 작업들이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이나,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등이 대표주자다.

또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로 변환하거나 직접 태워서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아울러 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탄소를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등에도 활용된다. 발전은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와 GS파워 등이,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 등이 나서고 있다.

기업들의 강한 의지는 처음 발족한 '수소기업 협의체' 참석자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협의체에는 정의선 최태원 신동빈 최정우 박정원 등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두산 회장이 직접 나섰다. 이에 더해 그룹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구동휘 E1 대표 등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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