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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공익법인, 잘 나가는 하이텍 투자처로 '찜'

  • 2022.06.03(금) 17:18

설립 이후 34년만에 DB하이텍 지분 매입
계열사 보유 지분가치 2100억 적지 않아

DB그룹의 공익법인 DB김준기문화재단(옛 동부문화재단)이 제조업 핵심 계열사 DB하이텍의 지분 매입에 나섰다.

DB하이텍이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급난에 힘입어 유례없는 성장을 이어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단이 1988년 설립 이후 이렇다 할 계열사 지분 매입이나 매각 움직임이 없다가 모처럼 움직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김준기문화재단은 지난달 장내에서 다섯차례에 걸쳐 DB하이텍 지분 총 20만5000주를 매입했다. 매입 자금은 총 150억원(주당 7만3374원), 매입 목적은 '자금 운용'이다. 이로써 DB김준기문화재단의 DB하이텍 보유지분은 기존 7만여주에서 28만여주(0.62%)로 확대됐다.

재단은 김준기 전(前) DB그룹 회장이 우수 인재를 발굴해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공익법인이다. 김 전 회장과 동부건설, 옛 동부제철(KG스틸)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토지, 유가증권 등을 내놓으면서 설립했다. 설립 초기 법인의 재산은 15억원 규모였으나 수차례의 추가 출연 등으로 작년 말 기준 367억원으로 확대됐다. 

초기 기본 재산에는 제조업 계열사 DB하이텍(옛 동부한농화학) 주식 7만여주도 포함되어 있다. 재단은 설립 이후 34년만에 처음으로 DB하이텍 주식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높인 것이다.

DB하이텍 보유 지분율 1%에 못 미친 규모이긴 하나 모처럼 지분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룹 관계자는 "DB하이텍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투자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주력인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이 반도체 품귀로 인한 수요 급증에 힘입어 부흥기를 맞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3950억원, 영업이익은 1815억원으로 5분기 연속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46%에 달한다.

주가는 최근 2년간 우상향 곡선을 그렸으며 올 1월 장중 한때 8만54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한때 만성 적자 등으로 그룹의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던 DB하이텍이 파운드리 진출 20여년만에 그룹의 '캐시카우'로 완벽하게 변신한 셈이다.

DB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적지 않게 들고 있는 재단이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 지에 관심이 모인다. 그동안 DB김준기문화재단은 다른 대기업 공익법인과 달리 '오너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일부 공익법인은 계열사 지분을 사고 팔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DB김준기문화재단의 자산 규모는 작년말 기준 2300억원. 이 가운데 대부분은 계열사 보유 지분이 차지하고 있다. 재단이 보유한 7개 계열사의 총 장부가치는 작년말 기준 2134억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재단이 DB하이텍의 지분을 사들인 것은 자산 운용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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