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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속도 조절' LG엔솔, 현금흐름 보니

  • 2022.06.30(목) 11:10

미국 애리조나 독자 공장 건설 재검토
현금 넉넉하지만 계획보다 빠른 투자속도
"경제 불확실성 커지자 허리띠 졸라맸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건설을 재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허리띠를 졸라 맨 것이다. 지난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흐름에서도 이 같은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미 땅 샀으니…투자 속도조절"

지난 29일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미국 애리조나주) 투자 시점 및 규모, 내역 등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북미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전동공구 업체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자 발표 석 달 만에 계획은 보류됐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미 애리조나주에 땅도 사둔 만큼 투자를 접는 것이 아닌 시기 조절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등 고객사와 함께 세운 합작사(JV)의 공장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미국에 배터리 공장 4곳을 짓고 있는 LG-스텔란티스 JV, LG-GM JV 등이다. 미국에 단독으로 짓는 공장 투자는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고객사의 주문 물량이 잡혀있는 합작사 투자는 일정에 차질이 없이 진행한다는 의미다.

올해 7조 투자 계획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 시기조절에 나선 것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현금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조1613억원이다. 현금이 넉넉한 편이지만 현금흐름을 보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기업의 현금 상황은 현금흐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금흐름표는 크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6조5254억원이다. 현금 6조5254억원을 투자로 썼다는 의미다. 

투자 재원은 공모자금을 통해 마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원 가량의 현금을 조달했다. 이는 현금흐름표에도 반영됐다. 

지난 1분기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9조9602억원이었다. IPO 등 재무활동을 통해 10조원 가량의 현금이 회사로 들어온 것이다.

종합해보면, 지난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IPO 등 재무활동으로 9조9602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이 기간 6조5254억원의 현금을 투자를 위해 쓴 것이다.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에 약 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1분기만에 올해 목표의 93%를 써버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 상황엔 문제가 없다"면서도 "현금이 빨리 소진되고 나면 차입 등의 자금 조달 방법을 찾아야 돼,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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