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실적이 감소한 데다 자체 개발 백신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주요 수익원이었던 독감 백신의 생산을 중단하고 코로나19 백신 사업에 집중해왔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백신 생산을 재개하고 기존 백신의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사업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CMO 물량 감소…지난해 매출 반토막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45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51%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54억원으로, 전년보다 76%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65% 감소한 1228억원이었다.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CMO 실적이 감소한 영향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0년 8월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 CMO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뉴백소비드 수요 감소로 CMO 물량도 줄어든 데다 품질 이슈 등으로 일부 계약이 연기됐다.
특히 회사는 지난 2021년 3월 주력 제품으로 꼽혔던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생산을 중단한 뒤 코로나19 백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전체 매출의 28% 수준인 639억원이었다. 지난해 독감 백신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출 감소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회사의 자체 개발 백신 매출은 2021년 6389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521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이하 스카이코비원)'의 재고자산이 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수익성도 나빠졌다. 스카이코비원은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이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받았지만, 국내 수요는 부진한 상황이다. 회사는 유통기한이 2024년까지인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약 470억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독감 백신 생산 재개…코로나19 백신도 지속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 자체 개발 백신을 통해 매출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올해 안에 독감 백신 생산을 재개한다. 또 기존 백신의 품목허가 국가를 확대,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2일 칠레 공공보건청으로부터 스카이셀플루 4가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스카이셀플루의 첫 중남미 시장 진출이다. 현재 스카이셀플루는 11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데 이어 4개국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역시 입지 강화에 나선다. 스카이조스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으로, 지난 2017년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IM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스카이조스터의 시장 점유율은 56%로, 관련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미국 머크(MSD)의 '조스터박스'를 밀어냈다. 현재 2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스카이조스터는 2개국에서 추가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사업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코로나19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접종 대상과 적응증을 확대하고 제형 다양화해 스카이코비원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또 미국과 유럽 등에선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일 년에 한 번 접종하는 정기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저렴한 스카이코비원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영업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기존 백신의 수출 물량을 늘릴 것"이라며 "백신 사업 경쟁력이 확고한 독감과 수두 백신 사업의 매출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