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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가족 1년차 '두산테스나' 든든한 캐시카우 나선다

  • 2023.03.09(목) 06:30

지난해 최대 실적…성장세 매년 유지 중
대주주 두산인베스트먼트 향후역할 관심

㈜두산이 두산테스나(당시 테스나)를 인수한 지 1년이 흘렀다. 당시 ㈜두산의 테스나 인수 선언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간 중공업에 주력해온 두산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인수 1년 후 두산테스나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아직 이익 규모가 크지 않으나 향후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직접 지목함에 따라 관련 투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외였던 반도체 사업 진출…결과는 성공

㈜두산은 지난해 3월8일 국내 반도체 테스트 기업 테스나를 인수했다. 인수는 두산인베스트먼트가 테스나 지분 30.62%(보통주, 전환우선주 등 포함)를 4600억원에 취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테스나 인수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테스나는 작년 4월 인수 절차가 최종 마무리되면서 사명을 두산테스나로 변경했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이다. 파운드리 업체에서 생산된 시스템 반도체를 받아 불량품을 선별(테스트)한 뒤, 그 반도체를 다시 업체에 넘기는 작업을 주로 한다.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며 주 고객사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두고 있다.

㈜두산이 두산테스나를 인수했을 당시 시장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간 ㈜두산과 계열사들은 원자력, 발전소, 산업 차량 등 중후장대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다. 반도체 사업은 그룹의 기존 사업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두산은 당시 인수에 대해 '반도체 사업을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기존 사업 간의 시너지보다는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춘 인수라고 해석했다. 

안정성도 고려해야 했다. ㈜두산이 테스나를 인수했을 당시는 채권단 체제에서 벗어난 지 한달이 채 안 됐던 시점이었다. 리스크가 큰 사업에 진출하거나 공격적인 인수에 나설 경우 그룹 전체가 다시 흔들릴 수 있었다. 그룹 입장에선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유지하는 반도체 기업이 필요했던 셈이다. 

반도체 산업 역시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다. 다만 두산테스나가 주력으로 삼는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산업은 비교적 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이뤄져 거래처가 다변화돼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상황에서 대부분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주춤했던 당시(2020년)에도 두산테스나의 실적은 전년대비 증가했다.

두산 가족이 된 이후에도 두산테스나는 매년 실적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매출 2777억원, 영업이익 672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은 33.8%, 영업이익 24.4% 증가한 수치다. 

현재 그룹 차원에서도 두산테스나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두산은 지난 6월 두산테스나에 '향후 5년간 1조원 투자' 계획을 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 1조원은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장비 투자 △신규 공장 건설 설립 등에 사용된다. 두산테스나는 조 단위 투자를 통해 연평균성장률 20% 수준의 고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두산인베스트먼트, 중간지주사로 거듭날까

㈜두산은 앞으로도 반도체 사업 진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의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후공정 산업에 관심이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신규 사업 방향으로 반도체를 보는 중"이라며 "생산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패키징, 테스팅 등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에서 진출할 만한 사업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반도체 산업을 신사업 축으로 내세운 만큼 이에 따른 조직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 회사의 반도체 사업 부문은 '㈜두산→두산인베스트먼트→두산테스나'로 지배구조가 이뤄져 있다. 

아직 두산인베스트먼트는 두산테스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두산 그룹이 반도체 기업의 추가 인수에 나설 경우 중간 지주사로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두산테스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인베스트먼트는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지주회사'로 정의돼있다. 

많은 대기업들은 현재 중간지주사 설립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HD현대는 지배구조를 개편할 당시 현대제뉴인, 한국조선해양 등 중간지주사를 설립했다. 현재 이 두기업은 그룹의 중간지주사로서 건설기계부문과 조선 사업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던 것은 두산테스나의 인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이다"며 "현재로서는 반도체 중간 지주사 설립에 대한 계획이 따로 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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