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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져 돌아왔다'…포항제철소 사투현장 둘러보니

  • 2023.03.27(월) 10:00

태풍 힌남노 피해 135일만에 복구·정상가동
차수시설·옹벽·핵심시설 보호조치 등 강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고로가 출하되고 있다./사진=포스코

지난 23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비바람치는 궂은 날씨임에도 생기가 돌았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마저 힘차다. 이날은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포항제철소가 복구된 지 99일째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포항제철소를 덮쳤다. 직원들은 그때만 떠올리면 지금도 암담하다. 전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자연재해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여의도 3배 크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전체가 침수되는데 3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빗물은 공장 1.5미터(m) 높이까지 차올랐다. 웬만한 기계들이 모두 물에 잠겼다. 창사 54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을 멈췄다. 야경으로 유명한 포항제철소가 역대 세 번째로 암전된 날이었다.

포스코 포항공장 제철소 내부 모습./사진=포스코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시작된 복구 작업은 135일이 걸렸다. 현장에는 포스코 직원, 협력사, 시공사등 의기투합한 140만 명이 투입됐다. 소방청에서는 이례적으로 민간기업을 위해 대용량 방사포를 지원했다. 

최정우 회장은 매주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복구 상황을 직접 챙겼다. 물에 잠긴 핵심 부품을 빠르게 수급하기 위해 인도 JSW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부소장은 "17개 공장, 118개 공정이 정상 가동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면서 "마지막 암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두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부소장이 냉천 범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포스코

가장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을 먼저 둘러봤다. 2열연공장이 가동되기까지는 100일이 걸렸다. 당시 지하 공간(길이 420미터, 폭 8미터)을 가득 메웠던 토사물은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곳에서는 철강제품의 기본소재인 열연포일을 2분마다 하나씩 생산한다. 생산 속도도 회복했다. 예전처럼 40~50초가 지나면 또 하나의 열연포일이 만들어진다. 하루 1만5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속도다.

2열연공장은 포스코 최초의 스마트팩토리다. 축적된 조업 노하우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접목해 고품질 열연을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로 진화했다. 조업 편차는 줄고 품질은 향상됐다. 2열연공장 관계자는 "조업 상황에 따라 최적의 압연량을 설정해 제품 손실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피해 규모가 컸던 2제강공장도 정상 가동 중이었다. 2제강공장은 포항제철소에서 만들어지는 물류 70%가 모이는 핵심기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런만큼 복구작업도 13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2제강공장은 힌남노가 불어닥치기 불과 1년 전 코로나19 이후 회복하고 있는 철강 수요에 대응하고자 핵심설비를 강화했기에 힌남노 침수가 더욱 안타까웠다. 하지만 복구를 완료한 올해부터는 연간 처리능력이 175만톤에서 232만톤으로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고로, 냉연, 후판, STS 공장도 모두 복구를 마치고 제품을 원활히 생산 중이었다. 현재 계획한 생산량을 초과 달성하고 있고, 품질부적합률은 침수 이전 수준 회복했고 및 밀착관리 중이다. 포항제철소에서는 혹시 모를 제품 품질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침수 이후 지금까지 대수리기간 10일 동안 공정 관리를 해오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또 다른 참사를 피하기 위해 대대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다. 외부 유입수를 차단하기 위한 차수시설을 설치하고 내부 핵심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제철소의 심장과도 같은 관제센터는 옹벽을 쳐 침수를 방지한다.

힌남노 침수는 포스코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한편으로는 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정석준 선재부 3선재공장 공장장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모두에게 전우애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순간에 일터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을 겪으면서 애사심도 커졌다.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인근./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합 제철소다. 가장 큰 규모의 종합 제철소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다.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산업전환을 추진한다. 포항제철소에서는 현재 수소환원제철 부지를 조성 중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10% 감축, 2040년까지 탄소배출 50%를 줄인다. 수소환원제철은 100% 수소를 사용해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로,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철강업계 탄소중립을 위한 솔루션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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