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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물적분할, 잡음 속 주총 문턱 넘었다

  • 2023.03.29(수) 16:19

DB하이텍은 파운드리·DB팹리스는 팹리스 각각 담당

/그래픽=비즈워치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안건이 정기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만을 맡고, 자회사로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DB팹리스(가칭)'를 두게 됐다.  

'생산-설계' 분리한다

DB하이텍은 29일 경기도 부천캠퍼스 대강당에서 제70기 DB하이텍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경기도 부천시 DB하이텍 부천캠퍼스에서 열린 제7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이번 주주총회는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안건이 상정돼 관심을 모았다. DB하이텍은 지난 7일 물적분할을 통해 기존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병행하던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적분할 대상 사업부는 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다. 회사 측이 밝힌 분할 기준일은 5월2일이다.

분할 이후 모회사인 DB하이텍은 순수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고, 분할된 DB팹리스는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 전문 팹리스 업체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물적분할 후 DB하이텍 지배구조 / 그래픽=비즈워치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의결권 있는 총주식 수의 53%, 출석 주식 수의 87.1% 찬성으로 통과했다. 상법 제530조에 따르면 물적분할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에 속한다. 특별결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33.3%) 이상 참석,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표싸움이 치열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찬성 정족수를 크게 넘겼다.

DB하이텍이 물적분할을 결정한 이유는 반도체 위탁생산과 설계를 모두 담당하는 종합반도체 회사(IDM)보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팹리스 업체들은 IDM보다 파운드리 전문 업체에 수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IDM 업체인 DB하이텍 입장에선 고객사 유치가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IDM 업체에 반도체 설계도를 맡기면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을 통해 각 사업부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할 이후 기업가치를 파운드리 4조원, 팹리스 2조원 등 총 6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성장 목표치도 제시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물적분할은)고객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파운드리(제조)와 브랜드(설계) 사업을 분리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동반 성장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할 후 각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면 주주가치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선 조기석 사장과 양승주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통과했다. 또 사외이사로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상근고문을 재선임하고 정지연 경북대 조교수, 배홍기 PKF 서현회계법인 대표이사, 한승엽 홍익대 조교수를 선임하는 안건도 의결됐다. 

주주제안 안건으로 올라왔던 '한승엽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건'과 '집중투표제 도입건'은 부결됐다. 

고성 오간 주총장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일부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안에 반발했다. 물적분할에 찬성하는 주주와 반대하는 주주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반대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이후엔 DB하이텍의 가치에서 DB팹리스의 가치 만큼 분리되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DB하이텍 측이 분할할 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식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DB하이텍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77.03%로 높아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물적분할 계획을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철회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 DB하이텍은 소액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새로운 자회사(DB팹리스)가 물적분할 후 5년 이내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기업(DB하이텍)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정관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정관변경 안건은 이날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더불어 DB하이텍은 주주이익 제고 방안으로 보통주 배당금을 1300원으로 3배 가량 늘리고, 총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키로 했다. 또 현재 팹리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만큼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기존 주식 가치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B하이텍과 DB팹리스 비교 / 그래픽=비즈워치

이에대해 일부 소액주주 모임인 소액주주연대 측은 'DB하이텍이 제시한 정관변경 안에서 5년 제한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이 말한 정관 변경 내용이 오히려 5년 이후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정관에 5년 제한을 둔 이유를 묻는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와관련 최창식 부회장은 "정관에 5년 제한을 둔 것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때문"이라며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기 때문에 물적분할 이후에도 주주 가치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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