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일반노조와 협상을 마무리 지었지만 조종사노조는 아직 남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노사 간 올해 임금 인상률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노조와 사측의 입장차는 극명하다. 올해 항공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노조가 사측 요구사항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반노조만 극적타결
이달 13일부터 17일 정오까지 진행된 대한항공 '2023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관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투표자 4227명 중 2222명 찬성(52.5%)으로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
투표에 앞서 이달 5일 마련한 잠정 합의안에는 일반노조 임금이 총액기준 3.5% 오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반노조가 처음 제시한 임금 인상률 10.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대 경영성과급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도출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투표 결과에 따라 일반노조 최대 경영성과급은 기존 300%에서 500%까지 늘려 받을 수 있게 됐다. 복리후생도 이번에 확대하게 됐다. 직원 항공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자녀 연령(30세→35세), 경조사 지원금이 각각 상향됐다. 올해 한시적으로는 직원 1인당 50만 복지 포인트가 지급된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지난해 임금을 10% 인상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2020~2021년 동결을 거친 후 진행한 임금 협상이었기에 3년치를 한꺼번에 올려받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조종사노조도 일반노조와 함께 10% 임금 인상을 확정했다.
조종사노조와의 임금 협상은 답보 상태다. 조종사노조는 사측에 17.5%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은 임금 인상률 2%와 이익배분금 최대 지급기준 50% 인상을 제안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등을 이유로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이 기간 2조8836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고점을 기록한 2021년 실적(1조4644억원) 대비 97% 오른 규모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인 7416억원을 달성했다.
입도 못 뗀 아시아나항공 노조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지난해 임금 협상도 담판 짓지 못했다. 사측은 일반노조와 조종사노조에 임금 인상률로 2.5%를 제시, 일반노조와만 합의한 상황이다.
조종사노조와의 갈등은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로 12.5%를 요구했다 최근 10%로 낮췄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임금 협상인 만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2.5%를 유지하고 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년 분량에 해당하는 임금 인상률 10%를 합의한 후 올해 또 협상을 실시하는 것이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2019년부터 4년 치에 대한 부분을 10%로 요구하는 것이기에 더욱 강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오는 24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강도높인 쟁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사상 처음으로 쟁의로 국제선이 결항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16일 오후 4시 기준 지연된 항공편은 편도기준 56편(국제 36·국내 20), 결항편은 12편(국제 2·국내 10)이다.
파업이 시작되면 수요가 높은 미주와 유럽 여객과 화물 운항을 지연시킬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에 사측은 원유석 대표이사를 필두로 한 쟁의행위 대응 TF팀을 꾸렸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최대 국제선 20%, 국내선 50%의 공급 축소 가능성이 높아 모든 예약 상황 등을 분석해 감편, 항공 스케줄 조정 등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임금 협상은 안갯속이다. 일단 조종사노조까지 지난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올해 치를 검토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는 사측과 조종사노조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