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 산업으로 ‘로봇’을 지목,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로봇산업 육성 전략을 만들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발족하고, 관련 정책을 올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에요. 이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합니다. 비즈워치는 글로벌 로봇시장 동향과 전망, 국내기업들이 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로봇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자 삼성·SK·현대차·LG·한화·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이 강화돼 한국의 로봇산업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미국·중국·일본·독일·스위스 등 제조용 로봇산업 주요 6개국 경쟁우위 종합 진단결과(2021년 기준)’를 보면 한국은 5위에 머물렀습니다. R&D·설계→조달→생산→서비스→수요 구조로 이뤄지는 로봇산업 가치사슬에서 한국은 ‘조달’ 부문 경쟁력이 6개국 중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해당 부문이 로봇 가치사슬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조달 단계는 ‘부품’과 ‘SW’를 모두 아우르기에 로봇 완제품의 품질 및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낙·야스카와·가와사키 등 일본 기업과 스위스의 ABB, 독일의 KUKA 등 유럽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산업연구원 측 설명입니다. 또 서비스용 로봇은 워낙 광범위해 진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부연합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수준의 혁신역량을 갖춘 로봇 전문 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제언합니다.
로봇 원천기술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겁니다. 대기업들의 로봇육성 원년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물론 정부 주도의 규제 정비도 지속 선행돼야 합니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장은 “최근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로봇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중소·중견기업 중심이었던 생태계 역량이 강화돼 공급과 수요역량 모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정부도 다양한 로봇 활용 현장에서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새로운 규제를 범부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발굴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인간형 로봇에 빠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고 관련 인력을 10배 이상 늘렸습니다. 중장기 목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입니다. 사람의 형태를 본뜬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반 로봇에 비해 기능 측면에서 훨씬 뛰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22년 16억2000만달러(약 2조1680억원)에서 2032년 286억6000만달러(약 38조3600억원)로 10년 간 약 18배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와관련 삼성전자는 올해 초 국내 로봇제조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1월 59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10.22% 확보한 후 3월엔 지분율을 14.99%까지 늘렸습니다. 지분율을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도 체결했죠. 이 경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 자회사가 됩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과학기술원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의 연구원들이 창업한 전문 벤처기업입니다. 한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이족보행 로봇인 ‘휴보(HUBO)’가 회사의 근간이죠.
또 삼성전자는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Bot Fit)’도 연내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봇핏은 보행 지원과 운동 보조 기능을 갖춘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로봇입니다. 업계에선 올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릴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에서 ‘EX1’ 명칭으로 공개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SKT·SK쉴더스, AI 순찰로봇 연내 상용화
SK그룹 내에선 SK텔레콤과 SK쉴더스가 눈길을 끕니다.
SK텔레콤이 로봇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AI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함입니다. SK텔레콤은 제조는 전문 하드웨어 기업에 맡기고, 자체 개발하는 AI·소프트웨어(SW)·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연결성 사업'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로봇사업 역시 인력대체가 아닌 위험하고 인력부족 영역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AI 기반 이적재 로봇 솔루션이 대표적입니다. 직육면체를 인식하는 AI 기술이 탑재된 ‘물류로봇’은 현재 국내 커머스 기업의 물류센터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올 2월 출시된 ‘AI로봇키트’는 로봇의 움직임을 AI로 실시간 분석,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성능 유해가스 감지기 및 열화상 카메라, 실내공간 3차원 정밀 측정 기능 등 옵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은 보안서비스를 주력하는 SK쉴더스와도 ‘AI순찰로봇’ 공동 개발에 나섰습니다. 자율주행 로봇이 지정된 구역을 움직이면서 모니터링합니다. 특이상황 감지시 관제센터에 신호를 보내 보안요원을 호출합니다. 로봇영상을 통해 실시간 동작과 음성도 송출됩니다.
특히 자율주행로봇엔 SK쉴더스의 AI CCTV인 ‘캡스 뷰가드AI’가 탑재되는데요. 500만 화소 고화질을 갖춰 멀리 있는 피사체도 뚜렷하게 보이고 야간에도 선명한 영상 분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올초 시범 테스트를 거쳤고 연내 상용화 예정입니다.
현대차, 4족 보행로봇 현장 테스트 한창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AI 영역을 핵심 미래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이를 전담할 로보틱스팀을 신설했고, 이후 조직규모를 키워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했습니다. 연구개발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어 2021년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 완료하면서 로봇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3대 로봇 클러스터 중 하나인 보스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4족 보행로봇 ‘스팟(Spot)’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Atlas)’ 등 혁신적 로봇을 개발하며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대차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건설의 주요 현장 등에 스팟을 직접 투입해 활용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도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올해 4월 현대차는 서울아산병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국립재활원과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현대차가 자체개발한 의료용 착용로봇을 활용, 약 2년간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치료를 돕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데 협력한다는 내용입니다. 현대차는 보행에 불편이 있는 이동 약자를 위해 2014년부터 무릎형·고관절형·모듈결합형·의료형 등 총 4종의 ‘보행보조 착용로봇’을 개발한 이래 착용로봇을 꾸준히 선보여왔습니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의자형 착용로봇’과 ‘조끼형 착용로봇’은 2020년 10월 북미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 수행하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합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기술 지향점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하는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진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가는 LG '클로이'
#LG그룹에선 LG전자 로봇사업이 관심입니다.
LG전자는 2017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를 시작으로 로보스타,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투자하며 기반을 다졌습니다.
서비스로봇 ‘클로이(CLOi)’의 등장이 획기적 이었습니다. 클로이는 방역·안내·서빙·요리·커피 제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LG의 서비스 로봇입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LG 클로이 안내로봇’ 시범 운영을 시작한 후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시장에 본격 투입됐죠.
이후 △LG 클로이 서브봇 2종(서랍형·선반형) △LG 클로이 UV-C봇 △LG 클로이 캐리봇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총 5종으로 늘렸습니다. 클로이 캐리봇은 자율주행 기반의 차세대 물류 로봇으로, 주력 분야를 서비스에서 상업·물류로 확대하는 모양새입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과 물류 로봇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8월에는 로봇업체 ‘유진로봇’과 물류로봇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위험하거나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물류 로봇이 맡으면 작업자들은 가치 있는 경험과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효율성이 대폭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화로보틱스 10월 신설
#한화그룹은 오는 10월 신설법인을 출범하고 로봇 시장에 본격 뛰어듭니다.
10년 뚝심으로 태양광을 그룹 주력 먹거리로 일궈낸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로봇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지 주목입니다.
㈜한화는 최근 모멘텀부문 FA사업부 내 협동로봇과 무인반송장치(AGV) 사업을 분리, 신설법인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국내에선 두산로보틱스 등과 경쟁할 전망입니다.
한편 지난 5월 ㈜한화는 로봇 산업을 영위하던 한화정밀기계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인수, 해당 사업부를 모멘텀 부문에 편성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분사는 한화그룹이 핵심사업인 태양광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중장기 먹거리로 로봇을 별도 육성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화 관계자는 “협동 로봇사업은 산업용 중심에서 서비스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기존의 한화 모멘텀부문은 핵심사업인 이차전지와 태양광 장비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 10월 상장…사업확장
두산은 2015년 협동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그해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했습니다.
협동로봇은 제조용(산업용) 로봇에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제조용 로봇 대비 크기가 작아 배치에 유연하고 작동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이점이 있죠. 때문에 별도의 안전펜스 없이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해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 활용할 수 있어요.
협동로봇 시장 성장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글로벌 시장통계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매출은 2020년 4억7500만달러(약 6340억원)에서 2030년 80억달러(약 10조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4개 모델을 첫 출시한 이후 현재 13개 모델을 확보, 전 세계 협동로봇 업체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장 점유율로는 국내 1위이자 글로벌 시장 5위입니다.
오는 10월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계획입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나섰다고 밝혔는데요.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을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 강화 등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강화해 협동로봇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로보틱스는 제조와 푸드테크 등 다양한 협동로봇 솔루션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개발하며 외형을 확대해 왔다”며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