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15일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대했다. 삼성가 4세 가운데 첫 군 복무 사례다.
이 씨는 이날 오후 1시 5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기지사령부 제3정문을 미니밴 차량에 탑승한 채 통과했다. 일찌감치 도착한 그는 입영식 시작 전까지 가족들과 2시간가량 시간을 보낸 뒤 후보생 신분으로 정문을 넘었다. 해군은 취재진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입영식은 오후 3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모친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여동생 원주 씨가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가 탄 차량도 대상그룹 소유로 파악됐다. 다만 이재용 회장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씨는 제139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선발돼 11주간 교육훈련을 받은 뒤 오는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 임관 후 36개월 의무 복무를 포함해 총 39개월간 군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구체적인 보직은 성적과 부대 수요에 따라 배치되는데, 통역 장교로 임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200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이 씨는 선천적 복수 국적자였으나 병역 의무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복수 국적자가 장교로 복무하기 위해선 외국 국적을 내려놓아야 한다. 일반 사병이 아닌 장교의 길을 택하고 시민권까지 반납한 선택은 흔치 않다. 재계 안팎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씨는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 진학했으며, 최근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교환학생으로 학업을 이어왔다. 그는 해군 입대를 스스로 결정하고 가족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합동훈련과 해외 파병 기회, 영어 활용 환경 등도 해군 선택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삼성가의 이번 행보는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재벌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비판과 결을 달리한다. 특히 장교 복무는 39개월에 이르는 긴 복무 기간을 요구하는 만큼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을 선제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주목된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는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청해부대 파병 임무를 수행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공군 통역장교로 복무했으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ROTC 장교 출신이다. 해외에서도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170여 년 동안 해군 장교 전통을 이어왔고 영국 찰스 3세 국왕 역시 해군 장교 출신이다.
재계 관계자는 "복무 경험은 단순 의무 이행을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와 리더십을 기르는 과정이 될 수 있다"며 "지도층의 선택이 사회적 책임을 상징하는 흐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