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사내이사 사임을 결정했습니다. 법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자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오히려 회사 장악력을 놓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내이사 자리를 포기하며 이사회 운영에 대해선 한발 물러서는 대신 법적 리스크가 회사로 전이되는 걸 막으면서 회사에 대한 그립은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앤컴퍼니를 둘러싼 상황이 단순 오너 '개인' 문제를 넘어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내이사 사임 카드는 영리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적 리스크가 구체화 하면 자칫 경영일선에 나서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조현범은 왜 '사내이사'를 내려놨나
지난 20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사내이사에서 사임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조현범 회장 측은 "최근 가족 간 문제가 이사회 운영 문제로 비화돼 이사회의 독립성과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라며 "절차적 논란으로 회사 전체가 소모전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하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본연의 의사결정과 사업 실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내이사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죠.
조현범 회장 측이 밝힌 '가족 간의 문제'는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인 것으로 점쳐집니다. 최근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는 조현범 회장을 두고 50억원을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 주주연대에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18.93% 가량을 쥐고 있는 조현범 회장의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재계는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회사의 경영에 다시 영향력 행사에 나섰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조현범 회장이 '가족 간 문제'라고 사임의 변을 밝힌 이유입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의 분쟁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6월 당시 조양래 명예회장이 보유 지분을 조현범 회장에 넘긴 이후 조현식 고문과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발하면서 첫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죠. 이후 곧바로 이듬해 일단락되긴 합니다.
그러다 2023년 조현식 고문이 MBK파트너스라는 우군을 확보해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공개매수를 시작,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며 다시금 분쟁이 시작됐죠. 하지만 조현범 회장은 조양래 명예회장의 지원을 업고 우호지분을 늘려 47%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고 조현식 고문과 MBK는 이를 따라잡지 못했죠. 이렇게 두번째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 됩니다.
이번에 가능성이 불거지는 경영권 분쟁은 조현범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조현식 전 고문이 재차 쟁점화하면서 발생했다는 게 재계의 분석입니다. 조현범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으로 재판에 넘겨졌고요. 구속 및 보석 석방을 반복하면서 옥살이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지난해 5월 다시 구속됐죠.
주주연대는 조 회장이 구속돼 있는 기간 중 거액의 보수를 수령했는데 이에 대한 승인 결의를 조현범 회장이 참여한 이사회가 결정하는 등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사회의 투명성을 내세웠지만 사법리스크가 있는 조현범 회장을 흔들기 위함이라는 게 재계 시각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현범 회장은 사내이사에서 사임, '보수'를 결정했던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한 건데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이사회 문제로 전이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거죠. '이사회의 독립성' 및 '순수성'을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게 이러한 맥락에서 입니다.
'영리한 전략'인 이유
사내이사는 회사의 경영 전반을 결정하는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합니다. 특히 '회장'급 사내이사라면 사실상 수장 역할을 하죠. 이사회 구성원인 등기이사인 만큼 안건 상정, 표결권 행사, 중요 의사결정 관여, 인사권 참여 등의 권한이 공식적으로 부여됩니다. 책임 또한 막강하죠. 기업 오너라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극대화 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조현범 회장이 이사회 독립성을 위해서 사임을 결정한 것은 '영리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내이사에서 내려오더라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재계 시각입니다. 회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인데요. 이른바 '미등기 임원' 상태로 회사에 남아있겠다는 겁니다.
이는 조현범 회장의 막강한 지분율에 근거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조현범 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47.2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영권을 휘두를 수 있는 50%에 근접한 수치죠. 한국앤컴퍼니가 상장사여서 지분이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넘어설 제3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막대한 지분율은 이사회에 물러나도 이사회 인선 등에 영향력을 펼칠 수 있습니다. 본인은 이사회에서 빠지더라도 이사회를 '내 사람'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죠. 동시에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선 발을 빼면서 사법 리스크가 이사회로 전이되는 걸 축소할 수 있죠. 표면적으로는 책임과 권한에서 한 발 물러나지만 지배력은 공고히 하는 셈입니다.
잃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잃는 것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막강했던 지배력이 어느정도 감소할 거라는 관측도 있죠.
먼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9월부터 도입을 앞둔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한국앤컴퍼니가 올해 정기주주총회부터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게 이유입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여러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선임할 이사 수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분율이 압도적이더라도 이사회를 100% 장악하기 어려워졌죠.
게다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식 전 고문이 보유한 지분율도 무시 못할 수준입니다. 조현식 전 고문의 지분은 18.93%입니다. 조양래 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가 10.61%를 들고 있는데요. 조현식 전 고문 측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됩니다. 최소 30%가량의 지분은 확보했다는 분석이 가능하죠.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조현식 전 고문 측의 인사가 이사회에 점점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놨기 때문에 조현범 회장이 직접 이사회에서 이를 견제하기도 어렵죠.
아울러 차후 법적 리스크 해소 후 사내이사 복귀가 원할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사회 장악력이 줄어 더이상 '거수기' 역할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명분으로 사내이사 자리에 복귀한다는 건 주주들의 설득을 얻지 못할 수 있거든요.
사내이사에서 사임했지만 지배력은 유지하는 부분을 두고 시장이 부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도 있습니다.'미등기 임원'을 통해 당장의 리스크는 피해가는 것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곱지 못하거든요. 기업의 오너로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회피한다는 '책임경영 회피' 지적 때문이죠. 실제 오너인 미등기임원은 우리나라에서만 간혹 등장하는 부정적인 사례로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의사결정권자가 책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