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와 잇따라 회동했다. 인공지능(AI) 경쟁이 반도체·디바이스·로봇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와 한국 산업 간 협력 축이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허사비스 CEO는 이날 오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울 모처에서 먼저 만난 뒤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어 오후에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면담했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만남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회동에는 노태문 DX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이 동석했다. 허사비스 CEO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곧바로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LG 측에서는 류재철 LG전자 대표와 이홍락 LG AI연구원장이 배석해 AI 협력 범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번 연쇄 회동의 핵심 의제로 'AI 반도체·플랫폼 협력 확대'를 꼽는다. 구글 딥마인드는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고도화 과정에서 막대한 연산 자원과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갖춘 구조를 바탕으로 구글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자사 갤럭시 스마트폰에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한편 HBM 등 AI 메모리 공급망에서도 협력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모바일을 넘어 데이터센터·AI 인프라 영역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구글의 AI 칩(TPU)에 HBM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다. AI 인프라 경쟁이 격화될수록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양사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과의 협력은 소프트웨어 중심차량(SDV)과 로보틱스 영역에서의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LG는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자체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개발 중이다. 구글 딥마인드와의 협업을 통해 모델 고도화와 글로벌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허사비스 CEO는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한국의 유수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구글은 연내 서울 강남에 약 1980㎡ 규모 '구글 AI 캠퍼스'를 설립, 연구 인력 파견과 산학 협력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한을 단순한 친선 일정이 아니라 'AI 공급망 점검'으로 보고 있다. AI 경쟁의 축이 반도체·디바이스·로봇으로 확장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AI 모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과 디바이스 확장이 필수"라며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스마트폰·로봇 등 핵심 축을 모두 갖춘 만큼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