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회장 “현대, 순환출자에 발목 잡혔다”에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쉰들러 회장은 7일 텔레컨퍼런스 질의응답에서 현 회장과 화해할 가능성에 대해 “현대가 거부했다”며 “그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났다”고 말했다. 2006년 “어려울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며 서로의 손을 잡은 지 8년만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다. 아래는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현대엘리베이터에 의하면 쉰들러가 불합리한 파생상품계약 체결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은 2010년부터다. 그 이전에 왜 문제 안 삼았나?
-당시 LOI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는 분리될 예정이었고, 이에 따라 파생상품에 연루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LOI 상에서 분리될 엘리베이터 사업부는 파생계약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돼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손실을 보면서까지 지분을 유지하는 이유는?
- 총 지분율이 연초에는 3억5400만 달러로 35%였다. 2006년에 우리가 25%를 KCC로부터 매입했고 이후에 10퍼센트를 더 매입했다. 25% 매입 당시 현정은 회장은 서신을 보내 “쉰들러가 2대 주주가 되는 것은 쉰들러와 현대엘리베이터가 상호적이고 전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쉽 관계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울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말했다. 그런데 작년 우리의 지분율이 35%에서 30.95%로 낮아졌고, 1억55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2014년 2월에도 유상증자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될 경우 우리의 지분율은 30.9%에서 21%로 낮아진다. 만약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면 추가손실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주가도 더 떨어진다. 이는 기존 소액주주와 임직원들에게도 추가적 손실과 피해를 일으킨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추가유상증자 없이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한 번 더 주가 희석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손실에 대해 우리는 신주인수권을 처분하여 손실분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①투자회수 ②투자 주식 100% 대손처리 ③정부나 규제당국의 개입을 기다림 등의 세가지 선택권이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것이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선택인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쉰들러가 매각할(투자회수) 가능성도 검토하나, 이것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다른 소액주주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도 상당히 많은 피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황이 개선되길 기다리는 것이다.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믿고 희망을 가졌던 것인가?
겪어온 상황을 돌아보면 해운업계의 거래량도 줄어들었고 수주 물량도 줄어들었으며 전반적 성장률 역시 떨어졌었다. 특히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의 경우 비즈니스가 굉장히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붐 이후에 선박수주도 많이 이루어졌었는데 그래서 신주선박의 경우 시장가가 떨어지게 되었고, 조선사업의 전망을 보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서울 기자 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의 이와 같은 손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 투자를 대손처리해야한다고 이야기했었다. 물론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으면 좋겠으나 손실규모 추정이 힘든 상황이다. 이에 쉰들러 경영진 측에서는 매각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회복 가능성을 기다려야 한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적대적인 세력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M&A 계획 없다고 주장한다. 이 이야기는 현대엘리베이터 인수계획 전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인수에는 관심 있으나 적대적 M&A를 안 하겠다는 것인지?
우리는 70건 이상의 M&A 승인한 바 있고 이 중 적대적 M&A는 한번도 없었다. 잠재적 거래당사자들의 마음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적대적 M&A는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엘리베이터 사업을 매각을 할 경우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현금 정산이 필요하다. 계약 당시보다 현대상선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므로 그 비용은 막대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현대그룹이 엘리베이터 사업부문 매각하게 될 경우, 순환출자구조의 캐시카우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엘리베이터 매각 시, 현금담보뿐 아니라 파생상품 계약의 기관들이 보유한 9.57%의 우호지분도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인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솔직한 말씀 드리자면 엘리베이터사업이 더 이상 분사될 거라 생각되진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엘리베이터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우리는 한국의 강력한 파트너와 같이 있을 때만 그런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우린 애초에 로컬파트너와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방식을 생각해왔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하기 전 이 순환출자구조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는지? 지금 한국의 이러한 가족 기업을 보면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재벌 가족기업의 지배경영권방어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04년 KCC를 방문했을 때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은 2007~2008년 경제위기를 아무도 예측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구조적인 순환출자구조는 알고 있었으나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게 전체적인 시장가치 등에 훼손을 줄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엘리베이터사업의 분사를 논의하고 LOI 문서로도 작성을 했었고, 엘리베이터 사업이 수평적인 분할를 통해 분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회사 자체가 분할될 것이라 생각해서 투자를 결정했던 것이다. 환경 자체가 양호한 환경이었다. 가족기업 이야기가 나오는데 순환출자 구조와도 물론 관련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와 연계되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도한 파생계약 등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전체가치의 삼분의 이정도 손실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전체적으로 보면 자본 잠식이 일어나는 것은 파생상품계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며 이를 위해서는 정관변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소액투자자들, 예를 들어서 우리사주 임직원 등도 손실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계약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그룹에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유지된 것으로, 현대상선의 경영권방어 위해서 우호지분 영입하고자 파생상품을 맺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쉰들러의 의견은?
회사의 자원을 사용할 때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에 투자한 것은 순수 투자목적이 아닌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파생상품계약의 구조로 인해 엄청난 비용이 초래되었고, 높은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기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 법적 체제에서 이런 소송처리가 늦어져서 실망했는가?
한국 사법처리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며 여전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법원은 한국 소액주주자 권리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해결이 지연되는 것은 원치 않으나 결국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언제쯤 투자회수를 할 것인지, 관련된 스케줄이 있는지?
앞서 설명한 세가지 선택지가 있다. (1. 투자 회수 2. 대손처리 3. 규제당국개입 기대). 13년도 결산회계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몇 주 더 기다려봐야 정확한 손실 등의 수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사회는 정확한 수치가 나오면 추가적인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지분을 매각할건지, 지분을 유지하면서 손실을 감내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누가 먼저 LOI 해지했는지 배경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한 언론은 2005년에 쉰들러가 먼저 LOI 헤지 요청했다고 하는데, 현대엘리베이터 분사가 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그런 요청을 한 것인지, 그 내막에 대한 해명해 달라.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LOI 내용을 보면 완전 다르게 나와있다. 원문을 읽자면, ‘현대그룹의 특정한 규제문제 혹은 법적 문제 때문에 LOI를 해지하자고 현대엘리베이터 쪽에서 요청, 쉰들러가 이를 합의했다’ 라고 되어있다. 쉰들러가 해지 요청을 받은 것이다. 한국의 독점금지법 공정거래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속력을 가지는 최종계약을 맺는 데까지 생각보다 시간 많이 걸린다는 점도 있었고, 따라서 해지에 동의했다.
4조항을 다시 보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하면 대주주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양사가 우호정신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5년 11월에 이기성 전략기획팀장으로부터 받은 서신에 따르면 거래 1단계 및 2단계에 대한 스케줄이 나와 있다. 2004년 12월에 시티그룹이 거래성사를 위해 선정되었었는데 몇 달 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간이 걸릴 뿐, 계약은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기회가 있다면 한국시장에 다시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 현대엘리베이터 노조에 의하면 2004년 쉰들러가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한 후 생산라인을 창고로 바꾼 사례가 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 노조는 쉰들러가 이런 인수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만약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한다면 어떻게 조인트벤처의 비즈니스를 가져갈 것인지?
현대그룹이 엘리베이터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현대엘리베이터 매각 의사를 밝힌다면,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는 하겠으나 현정은 회장에게 제시한 내용과 다른 제안을 할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쉰들러에 대한 잘못된 루머가 여러 개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 잘못된 것이다. 현재 신규채용 인원이 3,000명 인데 그 중 90%가 아시아에서 나왔다.
쉰들러가 중앙엘리베이터에 더 활발히 투자하지 못했던 것은 반독점법 때문이었다. 궁극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분할된 엘리베이터사업부문의 대주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42% 시장점유율을 고려했을 때 중앙엘리베이터 4~5%의 점유율까지 하면 이미 45~48% 정도가 되어 반독점법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 향후 세가지 선택권 있다고 나오는데 3번 옵션, 구조조정이나 규제당국의 개입을 기다린다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세 번째 선택권은 우리가 한국시장에서 투자를 회수하지 않을 경우에만 유효하다. 작년 5월 기자회견에서 말한 대로, 손실을 100% 대손처리하고 회계장부를 마감할 경우 쉰들러는 앞으로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등 규제당국이나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파생상품 등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그룹에 직접적인 조정 개입하는 것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정은 회장과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는지?
쉰들러는 지난 시간 동안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2006년도에 KCC지분을 인수를 했을 때 앞서 언급했듯이 “환영한다”는 서신을 보내왔고, 이후 2007년 나는 현정은 회장과 가족들을 스위스에 초청했고 그때 우리는 친구와 같았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건설 인수 컨소시엄 참여한다고 할 때, 엘리베이터 사업과도 맞지 않고 현금상황도 좋지 않아 인수가 위험하다는 서신을 보냈었다. 이후 현재 환율로 6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지원을 제안, 출자지분구조를 풀어낼 것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대가 이를 거부하였기에 이후로 직접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 대한 신뢰도 바닥이 났고 관계가 훼손되었다고 본다.
▲지분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나 임직원의 추가손실을 우려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비즈니스맨이다. 만일 내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는 상어와 같은 이미지로 보인다면 향후 사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고 나는 이것을 원치 않는다. 각국 여러 잠재적 거래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고 누군가에게 손실을 주는 식으로 명예가 깎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철학 아래 쉰들러는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81년도 당시 2억 달러이던 회사가치는 지금 16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이것만 봐도 우리 주주들과 노조, 임직원, 고객사 모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철학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큰 가치를 안겨주는 것이다.
▲그래도 손실을 많이 보지 않았나?
70%의 엘리베이터 시장이 봄베이, 서울, 홍콩으로 삼각지대에 놓여 있다. 나머진 30%밖에 안 된다. 물론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거래를 할 수도 있지만, 한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고 그래서 적대적인 이미지를 갖고 싶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주주들의 이익도 고려하는 것이다.
▲현재의 이미지로 인해 또 다시 비슷한 일을 겪을 수도 있지 않나?
지금까지 고수해 온 방식으로 진행되어 온 70건 이상의 M&A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2004년에 우리는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엘리베이터 사업을 분사한다는 약속을 받았었지만 우리가 잘못 믿은 것이었다. 물론 재무상황과 경제상황이 안 좋아진 것과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진들이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일은 매우 유감이다. 우리가 미리 내다보지 못했던 상황인 것도 맞다. 우리가 감수해야 할 손실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비해 현대엘리베이터도 60배 정도 더 성장했으니 투자가 아예 실패한 것은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