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도입되면 종이로 발행한 실물 증권을 보관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관리비용 절감, 실물증권 도난 변조 리스크 감소, 증권거래 투명성 등을 기대할 수 있다.
2016년 3월 전자증권법이 제정되면서 예탁원은 지난해 전자증권제도 도입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예탁원 첫 여성 본부장이자 전자증권제도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수장인 김정미 전자증권추진본부장을 직접 만나 바쁜 준비 과정과 첫 여성 본부장으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 김정미 예탁결제원 전자증권추진본부장. 사진=예탁원 제공 |
◇ "불편 최소화에 중점"
- 전자증권추진본부가 하는 일은
▲ 2019년 9월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전자증권제도 도입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우리 본부는 제도 도입을 위한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고, 시스템 설계에 들어갔다. 내년 1월까지 시스템 설계를 마치는 것이 목표고, 이후 8개월 동안 260여개에 달하는 참가기관과의 테스트를 거쳐 안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해 9월 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대국민 홍보 광고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 예탁원 시스템은 국내외 금융기관 260여개와 한국은행, 거래소, 금감원 등 유관기과의 IT 시스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여기에 발행회사도 새롭게 참여할 예정이다. 안정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모든 참가 기관들의 시스템 현황을 파악하고 연계를 해야 해서 쉽지 않다. 또 자체 시스템 개발에 대한 부담과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참가 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
- 그런데도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향후 5년간 4조63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실물증권 발행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실물증권 관련 비용과 업무처리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실물증권 위변조, 도난, 분실 등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며 투자자의 개별적인 명의개서가 불필요해 각종 권리행사가 편리해진다. 더불어 발행증권의 수량과 거래내역 등이 전자 관리돼 증권시장의 투명성이 향상된다. 갑자기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계로서 지금까지 예탁제도를 시행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 준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중점 사안이다.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따라 실물 보유자의 재산권 행사 제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 시행 전후로 변경 사항을 충분히 안내하고 제도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국민 홍보 광고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전자증권 전환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유인책은
▲ 비상장회사의 경우 전자증권 전환 의무 대상이 아니라 강제할 수 없지만 비용 절감과 관리 효율성, 권리행사 기간 단축 등을 홍보해 전환을 유도하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참여 회사에 대해 수수료 인하 등 보다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수단도 고려하고 있다.
전자증권제도 의무 적용 대상 법인의 실물증권을 소지하고 있는 주주의 경우 특별계좌를 통해 권리가 관리될 예정이다. 특별계좌는 계좌 대체, 질권설정 등 권리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에 해당 주주는 전자등록을 신청해 전자등록계좌로 이전하게 할 방침이다.
- 100% 전환이 가능한가
▲ 불가능하다. 현재 예탁결제원, 국민은행, 하나은행 명의개서대행 자료에 따르면 실물증권 보유자는 43만명이다. 홍보를 통해 전환을 독려할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또 실물증권을 분실해 입증할 길이 없거나, 주주가 생사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10년 정도 경과하면 대체로 전자증권으로 전환이 되는 것 같은데 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미전환 증권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다. 10년이든 20년이든 물리적으로 전환 불가능한 최소한의 비중만 남았을 때 법률적으로 실물증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정미 예탁결제원 전자증권추진본부장. 사진=예탁원 제공 |
◇ "'첫 여성' 딱지 무섭기도 했죠"
- 예탁원 입사한 지 28년째인데 어떤 업무 담당했나
▲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다. 1991년에 입사해서 대리, 팀장 때까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해 시스템을 만들어 런칭하는 업무개발 쪽을 주로 맡았다. 펀드 서비스업무, 일반 사무관리 업무, 홍보 업무도 맡았고 부장 때는 CS 고객지원실장으로 있었다. 또 태국에 가서 태국 대차 환매조건부채권(Repo, 레포) 시장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왔다.
- 태국에 있었던 경험은 어땠나
▲ 태국에는 9개월 있었다. 정부 주도로 대차 레포 시장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법과 제도가 우리와 달라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할 수가 없어 힘들었다. 다만 우리가 먼저 구축해서 운영해봤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여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태국에는 개발인력도 없어서 컨설팅으로 함께 갔던 IT 인력들이 코딩까지 해주고 왔다. 지금도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자칫하면 태국에 9년 있을 뻔했다고도 얘기하곤 한다.
- 여성으로서 회사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텐데
▲ 대졸 여성이 입사하기도 쉽지 않을 때였고 입사해서도 대리 전까지는 여직원은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시절이었다. 또 커피 심부름, 담배 심부름은 너무도 당연할 때였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여성이 직장에서 힘든 건 독기를 부려 살아남든가, 회사와 육아에 치여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다니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남자직원보다 1.5~2배 일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고 인정을 안 해주니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태국에 가 있는 9개월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일이 어떤 업무보다 나를 힘들게 했다. 이제 사회가 변하고 있고, 더 환경이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도 최초의 여성 팀장, 여성 부장, 여성 본부장이라는 명예를 얻으셨는데
▲ 사실 기쁘기보다는 시선이 무서웠다. 2003년 최초에 여성 팀장을 달았을 때는 시선이 무서워서 엘리베이터를 못 타고 비상계단으로 다녔다. 직원들의 외면이 버거웠다. 그리고 2007년 부장이 됐는데 4~5년간 세상과 인식이 많이 바뀌었더라. 부장 때는 축하도 받았고, 나 역시 당당함도 생겼다. 본부장이 된 지금은 사실 부담이 크다. 맡은 조직도 국가의 프로젝트고 제도가 바뀌는 부분이라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 향후 조직에서의 역할과 포부는
▲ 나는 로열티가 강한 사람이다. 회사에 애착이 있어야 열정도 있고 기대도 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본인의 회사, 본인의 업무에 대한 로열티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세대 교체가 되지도 않았는데 분위기가 급변하다 보니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조직이 가치관 정립이 안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예탁원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조직 문화 형성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내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