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과 더불어 가장 각광받은 서비스 상품을 고르라면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자산관리)를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를 필두로 한 예측 불가 변수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와중에 전문가들이 알아서 굴려주는 랩어카운트(랩)의 매력이 부각됐다. 게다가 사모펀드가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갉아먹는 연쇄 대형 사고들로 한순간에 투자자들의 눈밖에 나면서 반대급부로 랩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랩을 향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도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자산관리(WM)에 일가견이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투자 테마를 지닌 랩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문은정 한국투자증권 랩운용부 솔루션팀장을 만나 국내 랩 시장의 트렌드부터 한국투자증권의 차별화 전략, 유망한 투자처 등 투자자들에게 도움 될만한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최근 랩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배경은
-사모펀드 이슈 등 일련의 사태를 접한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운용의 투명성에 대한 니즈가 더 높아졌다. 랩은 내 자산의 운용 현황과 보유 종목, 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여느 상품보다 정보 접근성이 높다. 이 점에 대해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있다.
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다양해지면서 스마트 컨슈머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랩은 운용 전문가가 일률적이고 일방적으로 투자방식을 정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 본인이 직접 투자에 참여하는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이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고 있다.
가입 문턱도 낮아졌다. 과거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던 최소 가입금액을 1000만원이하로 낮추고 수수료 또한 협의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주면서 가입이 쉬워졌다. 이에 따라 금융지식이 다소 부족한 투자자들도 소액으로 전문가에게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랩 시장에서 발견되는 트렌드나 특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시가 대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새로운 이슈나 환경 변화에 따라 섹터가 순차적으로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 대해 보다 날카로운 분석이 가능한 전문가 자문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시장을 따라가는 단순 패시브 전략보다는 대체투자와 해외자산 등에 특화된 랩을 집중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 흐름을 선도하는 분위기다. 특정 기업이나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랩도 있고 신재생에너지나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의 섹터나 배당주 같은 주제별로 묶은 랩도 존재한다. 특정 섹터의 종목을 소수, 집중 투자함으로써 시장 상승률 그 이상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
▲랩의 장점은
-랩은 간접투자이면서도 직접투자처럼 투자 대상과 성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변화하는 금융환경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투자의견을 적용할 수 있다.
또 '10%룰'이나 종목 편입비율 규제와 같은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가 없어 특정 테마나 섹터, 트렌드에 대한 선택과 집중투자가 가능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여러 상품에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운용 중인 랩 현황은
-한국투자증권 랩상품부는 투자일임 9600억원, 머니마켓랩(MMW) 1조9000억원, 랩 개인자산 1조2000억원 등 약 4조1000억원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랩 개인자산 잔고가 지난해 말 5399억원 대비 116.7%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랩들은 대부분 단기로 판매하는데, 그 이유는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를 맞으면서 투자 방향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방향이나 주도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최대한 시장 흐름과 트렌드에 따라가는 운용 전략과 방법을 도출하고자 했다. 그 결과 '서비스 모집 기간 최소화→발 빠른 운용에 따라 고객이 지정한 자산배분수익률 달성→대체상품으로의 선순환' 사이클을 이끌어내면서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타사와는 차별화된 한국투자증권만의 랩 운용·마케팅 전략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장의 투자 트렌드나 정책 변화에 따라 수혜를 받는 투자 테마들을 선정해 즉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해왔다. '한국투자국민기업랩(삼성전자)'. '미국언택트BIG5랩', '한국투자바이든노믹스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본사 운용 부서 주체의 일방적 결정에 의한 서비스 출시가 아닌, 기획 단계부터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투자처나 대상이 무엇인지 영업점과 소통하며 랩을 만들었다. 진정한 맞춤형 자산관리라고 자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비스 구조 또한 분할매수 전략과 고객이 지정한 수익률 도달 시 자산재배분 형태로 단순화하면서 고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때마침 시장 상승과 맞물리면서 성과가 양호하다. 실제 많은 고객들이 수익 상환 자금을 또 다른 랩 서비스로 대체해 투자하고 있다.
▲출시 예정이거나 현재 준비 중인 상품이 있다면
-주식형 중심의 상품 공급에서 나아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는 산업 관련 상품이나 대체투자가 가능한 랩을 출시하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 업계 최초로 내놓은 금현물랩이 그 사례다. 향후 해외채권 편입이 가능한 해외채권랩 등으로 투자 영역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국내외 투자처나 재테크 트렌드를 소개한다면
-'브이노믹스(V-nomics)'를 가장 주목해야 한다. 브이노믹스는 바이러스(Virus)의 'V'와 '경제(economics)'를 결합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꾸게 될 경제를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제도는 확대될 것이고 온라인 교육은 일상화될 것이다. 유통업계 또한 접촉을 배제한 언택트(비대면) 행태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도 그 이전 생활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보다는 대면과 비대면이 적절히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에 따라 투자대상이나 기회가 다양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비대면 노멀 시대에 부응하는 시장이나 상품, 투자처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향후 국내 랩 시장에 대해 전망한다면
-랩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고 가입 금액 기준 완화에 따라 진입 문턱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소비에 점점 익숙해지는 고객층의 니즈에 맞춰 모바일앱 같은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HNW(고액자산가)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까지 전문운용력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된 부분도 랩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랩은 해외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분류과세가 적용되고, 환전·매매 수수료가 직접투자 대비 저렴해 해외자산에 대한 분산투자 차원에서 투자자들이 많이 찾을 전망이다.
▲랩 투자 시 유의할 점은
-랩은 다른 배당형 상품처럼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닌 만큼 투자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하나의 단일 상품이 아니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플랫폼과 같은 형태이니 증권사별로 서비스 선정 과정이나 사후관리, 리스크 등을 관리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좋다. 또 최근 해외자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환율 변동이나 환전수수료, 과세 등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랩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랩어카운트의 가장 큰 특징은 맞춤형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투자 성향에 적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투자 목표에 부합하게 선택해야 한다. 신중한 투자 결정 뒤에 잦은 번복을 하게 되면 투자 포트폴리오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자산관리운용역과 많은 대화를 통해 나에게 딱 맞는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