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공급 대란으로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시장 전반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된 만큼 그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상품에 투자할만한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14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무역통계기구(WSTS)는 올 1분기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11.2% 높였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8.4%와 비교하면 2.8%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손하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와 5G, 전기차 등 각종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 급증과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D램과 낸드 가격도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및 육성책도 관련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칩 부족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회의에서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 초 미국 의회가 발의한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한 지원 법안에는 2024년까지 반도체 인프라와 연구개발(R&D)에 228억달러(한화 약 25조5800억원)를 지원하고 설비투자액에 40%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말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2조2500억달러(약 2515조5000억원) 상당의 인프라 투자 플랜에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500억달러(약 56조800억원) 규모의 정책적 지원이 포함됐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상원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위해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연방 보조금을 150억달러(약 16조8200억원)로 증액하는 '아메리칸 파운드리(American Foundries Act)를 논의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변화를 고려할 때 반도체 ETF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과 산업에 투자하는 5개 ETF 중 '아이셰어즈PHLX반도체ETF(iShares PHLX Semiconductor ETF·SOXX)'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손 연구원은 "SOXX는 인텔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브로드컴, 퀄컴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및 종합반도체기업(IDM)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라며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매력도가 가장 높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