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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가 보인다' TDF에 돈 몰리는 이유

  • 2022.02.04(금) 06:10

급락장서 3000억 유입되며 성장세 지속
하반기 디폴트옵션 시행도 대형호재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TDF(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는 연일 몸집을 불리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설정액은 올들어서만 3000억원 가까이 확대됐다. 여기에 하반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TDF 등 라이프사이클펀드 설정액은 7조4491억원(올해 1월말 기준)으로 3조8490억원에 그쳤던 1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급락장이 본격화된 지난달에만 2986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주식형(일반·중소형) 펀드에서 470억원이 유출된 것을 고려하면 매서운 성장세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TDF 설정액이 8조원을 수월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은퇴시점 맞춰 위험자산 늘리고 줄여주니 '편하네'

TDF는 포트폴리오내 위험자산과 비위험자산을 개인의 은퇴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배분하고 운용한다. 은퇴시점이 아직 먼 미래이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가까울수록 채권 같은 비위험자산에 집중해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비위험자산이 전체 적립금의 30% 이내로 제한되지만, TDF 대부분은 비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100% 편입을 할 수 있다. 

정형주 KB증권 자산배분솔루션 연구원은 "장기투자가 필요한 퇴직연금은 잦은 자산군 변경보다는 기대수익률을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TDF 투자가 정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편리성과 안정성을 무기로 2011년 국내 도입 당시 2억원에 머물렀던 TDF 설정액은 2018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말 7조원에 이르는 등 몸집을 키워왔다.

TDF를 운용하는 운용사와 펀드 수도 같이 늘어나, 2018년에는 운용사 8곳이 펀드 57개를 운용하는데 그쳤지만 현재는 운용사 16곳이 127개 TDF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설정액이 가장 큰 TDF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1조2547억원)이다. 상품명 마지막 4자리 숫자인 2025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2025년으로 가정해 운용하는 것을 뜻한다.

주식과 채권 비중이 각각 29.33%, 23.63%로 나머지는 또 다른 펀드나 유동자산 등에 투자한다. 2017년 3월 설정 이후 수익률이 32.43%, 최근 3년 수익률이 25.91%다.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는 설정액이 5990억원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타깃 시점이 2045년인 만큼 앞선 '2025' TDF와 달리 주식 비중이 전체의 49.45%에 달한다. 

디폴트옵션 도입 호재…퇴직연금 대거 유입 전망

당장 올해 하반기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은 국내 TDF 시장에 대형 호재가 될 전망이다. 앞서 작년 12월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7월 12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운용지시없이 4주가 지난 확정기여(DC)형·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디폴트옵션 운용이 통지되고, 이후 2주가 경과되면 자동 적용된다. 디폴트옵션 가입자는 TDF와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원리금 보장형 상품 등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

운용업계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투자자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방치된 퇴직연금 자금이 TDF로 대거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만 해도 2006년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 시장이 연평균 25% 이상 성장했다.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가 방치된 자금을 투자자산에 편입해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것인 만큼 수익률 제고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미 TDF가 대세가 된 미국은 2018년까지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8.3%를 기록했다. 과거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2% 수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연령에 따른 리밸런싱 체계가 내재화되어 있는 TDF 등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주로 활용될 것"이라며 "특히 실적배당형 위주의 디폴트옵션이 설정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태헌 신한자산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올해 고객기반이 확대된 퇴직연금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자산배분의 중요도가 높아진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리테일 시장에서도 적합한 투자대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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