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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매 맞은 카카오 주가, 자사주 소각 통할까

  • 2022.02.17(목) 14:29

주가 9만원대 회복…목표가까진 시총 26조 불어야
플랫폼 규제·실적이 발목…"블록체인 승부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으로 주가가 반토막 난 카카오가 자사주 소각과 목표주가 제시란 고육책을 들고 나오면서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주가는 9만원대까지 올라왔지만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내년까지 잉여현금흐름(FCF)의 10∼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쓰고, 5%는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자사주 약 3000억원(별도기준 FCF의 약 25%+특별소각)을 매입·소각하고 230억원(별도기준 FCF의 5%)을 현금 배당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사주 매입·소각, 15만원 목표가 제시

앞서 지난 10일에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성과보수 없이 법정 최저 임금을 받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스톡옵션 행사가도 15만원 이하로는 설정하지 않겠단 방침도 밝혔다. 사실상 기업 스스로 '목표주가'를 제시한 것이다. 

올해 최저 임금은 시간당 916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209시간 기준)이다. 연봉으로는 2297만원가량이다. 남궁 내정자는 앞서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 대표 시절 총 13억600만원(급여 4억500만원, 상여 9억원, 기타 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작년 상반기에도 급여 8200만원, 상여 17억6500만원 등 총 18억4700만원을 가져갔다. 앞선 2개년 대비 연봉을 약 90% 자진 삭감하겠단 선언이다. 

일단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남궁 내정자의 공언 당일 주가는 사흘 만에 상승 전환해 1% 넘게 올랐고, 이튿날 카카오가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자 추가로 5% 이상 급등하며 기존 8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진입했다. 거래량도 701만주로 뛰며 올해 들어 두번째로 많았다. 이후 주가는 다시 부침을 겪었지만, 전일 다시 4% 뛰며 9만원대(9만1900원)를 회복했다. 

현재 주가는 작년 6월 24일 최고가(17만3000원)에 비하면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목표주가인 15만원까지는 무려 60% 이상을 띄워야 한다. 시가총액으론 25조9103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대표적 성장주인 카카오의 경우 주주환원 정책보다 기업 자체의 이익 성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주가 상승으로 주주를 달래야 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플랫폼 기업 규제 이슈, 경영진 먹튀 논란이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다. 

목표가 줄하향…"블록체인 성과 나타나야"

가장 발목을 잡는 건 부진한 실적과 암울한 사업 전망이다. 최근 발표한 작년 실적만 해도 연간 기준으론 매출(6조1361억원)과 영업이익(5969억원)이 모두 사상 최대였지만, 가장 최근인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1085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27% 이상 줄었다.

투자비용과 인건비 등 영업비용이 늘어난 데다 계열사들의 신사업 진출 또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이달에만 증권사 7곳이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 규제와 글로벌 금리인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올해에는 영업비용 증가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며 "최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자회사의 기업가치 하락과 업종 평가 가치 하락 또한 (주가에)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률 KB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블록체인 등 신사업 관련 투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카카오가 성장주로서 주가로 보답하려면 주주환원이나 투자 못지않게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가 돼야 한다는 평가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자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수익성이 개선돼야 주가도 반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카카오가 공을 들이고 있는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사업은 그런 점에서 시장이 주시하는 부문이다. 카카오는 지난 2018년 설립한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on)을 구축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관련 사업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최측근이 포진된 크러스트(Krust)로 모두 이관됐다. 가상자산 보라(BORA) 역시 개발사 웨이투빗이 작년 12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프렌즈게임즈와 합병되면서 카카오와의 시너지 효과에 기대가 모아진다.

현재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매출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CBDC) 용역을 비롯해 클레이튼 플랫폼 기반 기업간 거래(B2B) 솔루션 매출, 클레이튼 거버넌스로서 마이닝에 따른 보상,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인 클립 드롭스의 중개수수료 및 기타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록체인 사업은 작년부터 조금씩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올해부터는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클레이튼과 보라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핵심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 지분도 15%가량 보유하고 있는 만큼 블록체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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