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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사전공시제도 도입…업계 "하위규정 구체화 필요"

  • 2022.11.03(목) 14:28

M&A 의무공개매수제도 각론 두고 갑론을박
금융위 "업계 조언, 입법에 반영"

'제2의 카카오페이' 사태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이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예외 대상이나 내부자 범위 등 하위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아울러 또 다른 소액주주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주식양수도 방식을 통한 인수합병(M&A)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한편, M&A 거래 위축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이 제기됐다. 

당국에서는 업계 우려를 반영해 제도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3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금융위원회, 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거래소

손병두 "시장감시 프로세스 재정비, 물적분할 상장심사 강화"

3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자리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제고'를 주제로 열렸으며 지난 9, 10월에 열린 1, 2차 행사에 이어 세번째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시장의 역동성이 한층 커진 만큼, 공정함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아졌다"며 "이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불공정거래를 척결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구체적인 요구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자본시장 공정성을 위해 3가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혐의분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시장감시 프로세스 전반을 재정비하고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종목을 빠르게 적발할 수 있도록 시장경보제도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를 대상으로 상장심사할 때, '주주보호 노력'을 심사항목에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ESG 경영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기준과 기업실정을 균형있게 고려한 ESG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30일 전 사전공시제도 도입, "예외 둬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내부자거래 미공개 정보이용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공시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임직원이나 주요주주의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임원이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주주는 소유현황을 거래 5일 이내 사후적으로 보고하도록 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후적으로 공지되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일반주주들이 인지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증명하려면) 내부자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했다는 것을 입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 금융당국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을 예고한 바있다. 앞서 금융위는 임원과 대주주가 회사가 발행한 총주식수의 1%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을 매매하려는 경우, 매매예정일 최소 30일 전까지 거래계획을 사전공시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각론 규정에 필요한 다양한 조언이 쏟아졌다. 정 교수는 "예외규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M&A나 경영권 거래와 같은 특정한 경우는 합리적으로 예외를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내부자 범위를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금융위에서 생각하는 범위가 10% 이상이라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선의의 재무적 투자자도 포함될 수 있다"며 "재무적투자자에도 사전공시 의무를 적용한다면 기업들이 자금을 유치받는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업계서도 의견 엇갈려

아울러 주식양수도 방식의 M&A를 진행할 때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필요성도 언급됐다. 유럽, 일본, 홍콩 등 주요국가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이사회의 적극적인 역할과 판례 누적 등을 통해 일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정 교수는 "주식양수도 방식의 M&A가 대부분이나 피인수회사 주주에 대한 권리보호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주주를 어떻게 보호할지와 인수인에 대한 지나친 부담증가로 인한 M&A 거래 감소를 어떻게 완화할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의무공시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비례적 이익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저평가된 회사가 많다"며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선 긍정적인 구조조정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건영 대표는 "경영진과 소액주주의 주식을 똑같은 가격을 매도하는 것은 지분 매도를 어렵게 만들 뿐더러 형평성에도 맞지않다"며 "금리가 오르고 구조조정을 강요받는 시대에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용 상장협의회 정책부회장 역시 "지분투자와 M&A 관련 일반주주 보호방안에 따른 우호적 경영권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업계의 우려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와 관련해 "정부가 9월13일에 제도를 발표했고 입법을 추진 중'"이라며 "예외사유는 상당히 둬서 거래를 경직시키거나 재산권 행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정책관은 M&A 의무공개매수제도와 관련해 "무자본 M&A의 불공정거래 방지하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제도 세부 설계를 더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매수 대상이 되는 물량과 가격을 정하는 방식에 대해서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처럼 전면적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식에는 시장 충격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물량) 적용대상 20~30% 사이에서 정하면 좋을 것"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매수 가격 차등화에 대해서는 시장과 주주들의 반응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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