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는 결국 없었다. 지난 10~11월 나타난 반등세로 살아났던 랠리의 불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봇·Pivot) 기대 저하와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매파 기조 강화 속에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대신 경기 침체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르면서 코스피 지수는 2300선도 위태할 지경이다.
투자자들은 일단 올해 마무리에 집중하고 내년 투자계획을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증권가는 다만 증시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가져가라고 권유한다. 경제지표가 바닥에 근접하고 있는데다 내후년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내년 증시에 반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4년째 이어진 산타랠리, 올해는 '실종'
12월이 시작될 때만 해도 산타랠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4분기 들어 뚜렷해진 반등세와 연준의 피봇 전망 등은 지난 4년간 나타났던 산타랠리가 올해도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달랐다.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준은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엔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여전히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당장 금리 인하를 하진 않더라도 인상은 중단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 확산하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블룸버그가 최근 38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은 70%에 달한다. 이들은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2분기의 경우 0.7% 역성장할 수도 있다고 봤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주 내내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에 코스피 지수 역시 약세를 거듭하면서 2300선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과 신성장 4.0전략,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결정 등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분간 모멘텀 공백기가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한 해 마무리와 내년 준비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증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북클로징(장부 마감)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만큼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내년 1월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증시에 대한 기대의 끈은 놓지 말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바닥에 가까워진 경제지표와 더불어 내년 증시에 반영될 2024년 기업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증시의 주당순이익(EPS)은 2023년 대비 약 28%가량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은 내년 이익 추정치 하향으로 인해 과거 평균적 수준보다는 다소 높아졌다"면서도 "그러나 글로벌 증시와 그 이후를 고려하면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인만큼 글로벌 증시 내 상대적인 관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오는 29일 모든 거래를 마치고 30일 문을 닫는다. 올해 최종 매매거래일이자 연말 폐장일이 29일인 만큼 12월 말을 결산배당기준일로 정한 상장법인의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27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쪼그라든 IPO 시장…공모액만 '역대급'
사실상 한 해 장사를 마무리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신규 상장 기업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그나마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라는 '초대어' 덕분에 공모금액이 '역대급' 수준을 기록한 게 위안이다.
기업설명(IR) 전문 컨설팅업체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새롭게 등장한 기업(스팩·코넥스·재상장 제외)은 73개사로, 지난해 94개사보다 21개사(22.3%) 줄었다. 코스피 시장에는 4개사(리츠 제외), 코스닥 시장에는 66개사가 데뷔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신규 상장사들이 모은 공모액은 16조10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0조4500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들었으나 그래도 역대 2번째 규모다. 다만 연초 IPO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LG엔솔을 제외하면 3조3510억원에 그친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우려 등으로 증시가 부진에 빠지면서 IPO 시장 역시 하반기 들어 크게 위축됐다.
공모액이 1000억원을 웃돈 새내기 기업은 LG엔솔(코스피)과 성일하이텍(코스닥), 수산인더스트리(코스피), 쏘카(코스피), 더블유씨피(코스닥), 바이오노트(코스피) 등 6개사로 파악됐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 이상인 기업은 총 32개사였고, 그중 2차전지 재활용업체 성일하이텍이 2269.6대 1로 최고치를 찍었다. 일반투자자 공모청약 경쟁률이 1000대 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25개사, 이 가운데 시각특수효과 콘텐츠 제작업체인 포바이포가 3763.4대 1의 경쟁률로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