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blue chip)'은 주식시장에서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을 고루 갖춘 대형 우량주를 뜻합니다. '놀라운(marvel)' 성장 잠재력으로 블루칩을 꿈꾸는 다양한 기업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원석기업과 기업 성장을 위한 뒷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블루칩을 향해가는 놀라운 기업들의 이야기' [블루마블]
올해 주식시장을 견인하던 이차전지주 강세가 다소 꺾인 상황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이 있다. 이차전지 소재 분야 숨은 강자로 꼽히는 제이오 이야기다.
올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제이오는 공모가 1만3000원에서 시작해 이차전지주 강세가 주춤하는 현 상황에서도 공모가의 2배 넘는 가격으로 거래 중이다. 올해 이차전지 소재 매출이 본격 발생하고 영업이익률이 크게 성장한 결과다.
제이오는 이차전지 소재 가운데서도 도전재인 탄소나노튜브(CNT) 전문기업이다. CNT는 탄소 원자로 구성된 나노미터 단위 물질로 이차전지의 전도성을 높이는 소재다. 배터리 용량 증가, 충전시간 단축, 배터리 수명 연장 등에 영향을 줘 핵심소재로 꼽힌다.
특히 전방시장인 이차전지 시장은 올해 1210억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23.9%의 성장률을 보이며 4010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CNT 시장 성장률은 이보다 높은 연평균 41.4%의 성장이 예상된다.
더욱이 CNT는 가볍고 강도가 센 데다 높은 전기적·열적 성격을 지녀 이차전지 외에도 활용도가 높아 다양한 분야로의 신규사업 확대가 기대되는 분야다.
비즈워치 [블루마블]에서 이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가운데 CNT 분야 히든챔피언으로 꼽히는 제이오 강득주 대표를 만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2030년 약 2.7조 시장…매출 1조 달성 목표
배터리, 전기차 분야 컨설팅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지 도전재용 CNT 수요는 올해 4030톤에서 2030년 3만8500톤으로 약 10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2030년 기준 양극도전재 12억1600만달러, 음극도전재 8억8300만달러로 총 2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다. 우리 돈 약 2조7000여억원 규모다.
제이오는 이러한 시장 수요를 감안해 올해 1000톤까지 끌어올린 CNT 생산규모를 내년 3000톤, 내후년인 2025년에는 5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5000톤은 기존 고객사로부터 수요를 확정한 물량이어서 추가적으로 생산규모 확대도 계획 중이다.
강득주 대표는 "최근 이차전지 시장이 주춤한 부분은 있지만 높았던 성장세가 조금 꺾인 수준으로 시장의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CNT 시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계속해 생산 케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CNT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에 소재를 납품하는 LG화학을 제외하곤 제이오가 유일하다. CNT 생산은 기술적 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제품이 나오고도 실제 배터리에 적용돼 판매하기까지 테스트, 인허가 등에 3~4년이 소요돼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제이오는 국내 CNT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 개발에 성공해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2006년에는 국내 최초로 MWCNT(Multi-wall, 다중벽 탄소나노튜브) 대량생산에 성공한 기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MWCNT 대비 성능이 높은 SWCNT(Single-Wall, 단일벽 탄소나노튜브)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 둘의 장점을 합한 TWCNT(Thin-Wall, 소수벽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해 생산 중이다.
TWCNT는 MWCNT 대비 물성이 좋고 SWCNT 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특히 음극과 양극에서 모두 쓸 수 있어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TWCNT는 현재 제이오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며 제이오는 MWCNT, TWCNT, SWCNT 상품 라인업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SK온, 유럽 이차전지 기업인 노스볼트(Northvolt)와 중국 배터리기업 BYD, CATL 등이 주요 고객사로 현재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강득주 대표는 수년 뒤 전기차향 이차전지 고객사들의 CNT 개별 수요만 1만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약 50만대에 활용되는 CNT 수요가 약 1000톤으로 현대차가 2030년 전기차 생산량을 36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1만톤 수요도 멀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제이오가 거둬들인 매출액은 829억원, 이중 CNT 부문 매출액은 아직 189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267% 성장한 규모로 CNT 부문 매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더욱이 플랜트엔지니어링 사업 적자로 인해 지난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CNT 매출이 궤도에 오르면서 12.1%까지 상승했다.
제이오는 이차전지 소재 외에도 CNT를 활용한 신규사업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CNT는 무게가 매우 가볍고 강도가 높은데다 우수한 전기적, 열적 특성이 있어 기존 구리금속이나 탄소섬유 등을 대체한 방열시트, 방탄복, 대전방지 등 소재로도 사용된다.
제이오는 CNT 섬유와 방탄 및 발열용 시트를 개발했으며 방탄시트의 경우 기존 방탄복과 비교해 방탄성능 충족과 더불어 20% 이상 경량화에 성공해 정부시설에 납품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차전지 외에도 방열시트, 방탄복 등 다양한 분야에 CNT를 적용하고자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CNT의 신규사업 영역을 계속해서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꾸준한 시장 성장세와 탄소나노튜브 소재의 다양한 활용도를 감안하면 2030년 1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NT 성장의 발판은 '플랜트엔지니어링'
제이오의 CNT 부문 성장의 발판은 30년 이상 업력을 다져온 '플랜트엔지니어링' 부문에 있다. 몇 년 전부터 이차전지 CNT 제조 전문기업으로 불리고 있지만 제이오는 1994년 설립 후 연구용 플랜트엔지니어링 분야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기업이다. 유수의 기업들이 CNT 대량생산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한 데 반해 제이오가 성공한 것 역시 플랜트엔지니어링 노하우 덕분이다.
강득주 대표는 "제이오의 CNT 분야 성장은 플랜트엔지니어링 사업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과 차별화된 점도 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이오는 당초 2003년 정부주도 CNT 소재개발 및 대량생산 사업에서 공장설립을 위한 플랜트엔지니어링을 맡았다. 당시 소재 개발을 담당했던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제이오가 설비뿐 아니라 소재 개발까지 담당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강 대표는 "다양한 기업, 연구단체, 대학 등에서 CNT 개발까지는 성공했지만 대량생산에서는 다들 고배를 마셨다"면서 "CNT는 개발을 위한 합성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설비 및 장비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오는 자체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술이 있어 생산설비 가운데 부족한 부분들을 계속 수정하며 시도할 수 있었고 생산시설을 직접 자체 제작한다는 점에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 절약이 가능했던 것이다.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플랜트사업 부문 역량강화, CNT 시장 확대 등 과제
다만 CNT는 도전재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초기시장으로 기존 상품을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기존 도전재로 사용하던 카본블랙 대비 CNT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CNT는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이고 기존 도전재 소재와 비교하면 가격이 높은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생산설비 증설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어 향후 가격경쟁력을 계속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커질수록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시설 증설 비용은 기존 공모자금을 비롯해 보유 현금과 추후 벌어들이는 수익을 통해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부채비율이 낮고 자기주식 7.01%를 보유하고 있어 추후 증설자금 필요시 차입활용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상승 등으로 적자를 냈던 플랜트엔지니어링 부문의 이익구조 개선도 필요하다. 제이오는 사업성이 높은 이차전지 관련 플랜트를 주력으로 사업구조를 변화해 플랜트엔지니어링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이익실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득주 대표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플랜트 부문 매출이 올해 3분기 6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성장했다"면서 "에코프로와 양극재 필수소재인 리튬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외에도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비롯해 롯데케미칼에서 환경설비 관련 수주를 받는 등 이익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관련 소부장 중에서도 분산가공 공정처럼 배터리사들과 가까이 있을 필요가 없어 해외 진출이나 현지화가 필요 없는 점도 강점이다.
강득주 대표는 "무리한 사업확장보다 가장 잘하는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CNT 성능과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이차전지 뿐 아니라 다양한 신규사업을 확대해 고성장을 기록하는 CNT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성장의 열매를 주주가치 극대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살펴보고 주주에게 좋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NT는 최근 저가형 LFP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소재로 지목받는 실리콘 음극재의 보완재로 관심을 받는 등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며 "제이오는 현재 CNT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어 생산규모 확대에 따른 가파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인터뷰 관련 내용은 공시 내용과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이나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