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영업 실태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자사의 ETF를 금융계열사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고 금융위‧금감원 두 기관이 처음으로 진행하는 업무보고였다.
업무보고 뒤 질의를 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ETF 총 자산이 지난해 6월에는 100조원이었는데 1년 만에 154조원으로 50% 가까이 늘었다"며 "그러다보니 일반투자자들이 규모가 커진 ETF 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또 그렇게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커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금리형 ETF인 'Kodex KOFR금리 액티브'와 'Kodex CD금리 액티브'에 유동성 공급자 물량을 제외한 삼성금융 계열사가 투자한 금액이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두 개 ETF 총 자산의 15.1%(1조5816억원)가 삼성금융계열사에서 나온 자금이었다.
삼성자산운용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계열사 자금 밀어주기 실태도 문제로 거론됐다.
강 의원은 "삼성자산운용만큼 금액이 크지 않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계열사 도움이 있었다"면서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까지 추가하면 계열사 지원금액은 수조 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 의원은 계열 보험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ETF 판매 과정의 숨은 조력자로 증권사를 꼽았다. 그는 "자산운용사가 공생관계인 증권사에게 혜택을 주고 증권사는 그 대가로 자산운용사의 ETF를 매수하는 구조"라며 "즉 증권사는 주식 매매 수수료 챙겨서 좋고 자산운용사는 (ETF) 순자산 총액을 불려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TF 상장시 순자산 총액이 70억원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ETF를 출시할 때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산운용사가 해당 증권사에 주문을 넣지 않겠다는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산운용사-증권사로 이어지는 유착관계가 계속된다면 증권사 자금이 특정 회사로만 쏠리게 되고 신규 ETF를 만들 여력이 없어지면서 궁극적인 피해는 일반투자자가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강훈식 의원은 은행도 ETF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2년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액을 절반 이하로 했다가 2022년에는 25% 수준으로 강화했다"면서 "당시 제도 개선의 취지는 자기 그룹사의 계열 운영펀드만 팔지 말고 다른 운용사 것도 팔아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0년 이후 해당 사안에 대해 점검을 하지 않았는데 금감원에서 이 부분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건전 영업행위 등과 관련해 빨리 실태 점검 및 필요시 검사를 하도록 하겠다"며 "저희도 최근 시장이 너무 성장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저희가 예측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상당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삼성증권, 삼성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KB자산운용(KB증권, KB국민은행) △신한자산운용(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증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