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일부 서비스가 당국 규제에 발목이 붙잡혔다.
금융감독원이 로보어드바이저(로봇(Robot)과 자산관리사(Adviser)의 합성어) 종목 추천 서비스에 대해 투자광고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규제에 가로막혔다는 푸념이 나온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관련 법 손질에 나섰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제동 건 당국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은 AI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및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7월 AI솔루션본부를 조직해 운영중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자산관리(WM) 디지털사업부 산하 빅데이터센터와 디지털플랫폼본부 내 AI솔루션부를 출범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전략기획부문 산하 AI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전환)팀을 신설했으며, 신한투자증권도 올해 6월 AI솔루션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이들 조직은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다른 업체와 제휴를 맺어 WM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력이다. 대부분 종목 또는 랩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포트폴리오를 대신 짜주는 형태다.
그러나 순항하던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 종목 추천 서비스에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면서다. 금감원은 올해 8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 종목 추천 서비스에 대한 제재 조치안(2022년 각사 정기검사 결과)을 올렸다.
이들 증권사는 해당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종목추천, 시장분석이 담긴 푸쉬 알림이나 메시지를 발송해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종목추천 알림이 투자광고의 일종임에도 준법감시인의 사전확인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투자광고 정의 모호' 지적에 제재 면해
다만, 결론적으로 증선위는 두 증권사 모두에 제재 조치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행 법령상 투자광고의 정의가 명확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투자광고에 대한 정의가 따로 없다. 단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에만 폭넓게 정의해놨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투자광고는 금융투자회사가 회사의 서비스나 투자성 상품, 대출성 상품 등을 널리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다만, 현황이나 수익률을 알려주는 단순 정보제공이거나 투자 유인문구가 없다면 예외다.
두 증권사는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계약대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일 뿐, 매수를 유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종목을 추천받더라도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제성도 없다고 부연했다.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도 피력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채널이 되었을 뿐이란 설명이다.
증선위원들도 이같은 업계의 항변을 받아들여 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안건이 상정된 제15차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증선위원은 "어느 것이 광고인지 아닌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제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제재는 피했지만…업계, 눈치모드
당국은 제재를 내리지 않는 대신 업계에 유사 서비스를 제공할 때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둔 상태다.
업계에선 아직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다며 푸념이 나온다. 증선위 당시 미래에셋증권 측은 "추천 서비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발굴된 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투자자들의 편의를 증진해 온 긍정적인 서비스"라며 "그런데 투자광고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 투자자 편의 제공을 위한 로보픽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적 받은 종목추천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규제 이슈가 있다보니 종목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지않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 규정을 손보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투자광고를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광고나 블로그 광고 등 다양한 형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개선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TF를 통해 늦지 않게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