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17일 정기총회에서 제48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단독 입후보로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 만큼, 첫 임기 핵심 과제였던 회계기본법 제정 논의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감사 품질 저하와 수습 회계사 미지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업무 재편도 최 회장이 두번째 임기에서 풀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지정감사제로 기업 회계 투명성 좋아져"
17일 최 회장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정기총회에서 제48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최 회장은 단독 입후보해 별도 투표 없이 연임이 확정됐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기 때 출마하면서 제일 먼저 내세운 공약이 회계기본법이었다"며 "제 임기 중 꼭 실현해 보고 싶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회계기본법은 법인 형태와 소관 부처에 따라 제각각 운영되는 회계기준 체계를 정비하고 공공·비영리 부문까지 포함한 회계 인프라를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계기본법은 새 정부 정책 과제에도 포함된 상태다. 최 회장은 "여야가 공히 발의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갈등이 있는 법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관계 부처가 여러 곳에 걸쳐 있어 조율 과정이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회계 투명성 개선이 최근 증시 재평가와도 맞닿아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 주가지수가 올라가는 건 회계 투명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지정감사제를 통해 기업 회계 투명성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 중 남북 분단 문제와 정치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지만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은 개선할 수 있다"며 "상법 개정과 지정감사제 도입을 통해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이 자본시장을 제대로 육성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지자체 위탁사업 감사 의무화, 세무사회에 대화 제안
지방자치단체 위탁사업 회계감사 의무화도 최운열 회장의 2기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연간 14조원 규모의 지자체 위탁사업 가운데 회계감사를 의무화한 곳은 247개 지자체 중 40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00여 곳은 감사 의무가 없어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부정수급 우려도 제기된다. 일정 규모 이상 위탁사업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여야 공동으로 발의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세무사회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시의회가 위탁사업 결산 검증 업무를 세무사에게도 허용하는 조례를 추진했다가 철회한 이후, 광주광역시의회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비슷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회계사와 세무사 간 갈등이 커졌다.
최 회장은 이를 원칙의 문제로 규정하고 "명칭을 회계 결산서 검사로 하든 회계감사로 하든 내용 자체가 감사의 성격이라면 공인회계사 외에는 해서는 안 된다"고 짚으며 "세무사는 회계감사 과목 없이 자격을 취득하는 반면 공인회계사는 감사 시험 과목을 거치고 2년간 실무 수습까지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회장은 세무사회장에게 공개적으로 실무팀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양보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야 한다"며 "실무팀을 구성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결론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장부 기장 등 협업 가능한 영역은 논의할 수 있지만 감사와 인증 업무는 자격 문제인 만큼 원칙을 지키겠다는 취지다.회계감사 과당 경쟁·AI 대응도 숙제
연임 이후 최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입법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정감사제 도입 이후 감사인의 독립성은 개선됐지만 최근 회계법인 간 과당 경쟁이 심화하면서 감사 품질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과당 경쟁으로 감사 비용이 낮아지고 회계사를 적게 뽑게 되면 결국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문제를 뿌리 뽑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 보수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상식 밖의 감사 보수 할인이 발생한 회계법인을 지정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감사 비용을 단순 비용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습 회계사 문제와 AI 대응도 회계업계의 구조적 현안이다. AI가 자료 수집과 분석 등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수습 회계사의 초기 업무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AI 때문에 단순 반복 업무는 대체되고 있지만 최종적인 가치 판단과 윤리적 판단은 AI가 할 수 없다"며 "공인회계사 업무는 소멸이 아니라 전환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회계사 수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연간 1150명 수준인 선발 규모가 국내 시장 수요에 비해 많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경제 규모에 적합한 회계사 선발 인원은 700~800명 수준"이라며 "AI 환경 변화까지 고려해 적정 선발 규모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회계사대회(WCOA)를 계기로 한국의 회계개혁 경험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지정감사제를 한국이 어떻게 도입했는지에 대해 해외 회계업계의 관심이 크다"며 "지정감사제 도입 배경과 감사 품질 개선 성과를 공유하면 우리나라 회계감사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