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자사주(195만주)를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일부와 맞교환 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 넷마블게임즈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10.0%)의 우호 지분을 최대주주인 넥슨(15.1%)보다 확대하려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195만주를 3911억원에 넷마블게임즈에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처분 예정금액은 주당 20만573원으로 전날 종가(19만3500원)에 3.65%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장외에서 처분하며, 처분 목적은 사업제휴 및 공동사업 추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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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이번 자사주 매각 발표에 앞서 하루 전날인 지난 16일 넷마블게임즈 주식 2만9214주(9.8%)를 취득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발행하는 신주를 제3자 배정으로 인수하는 방식인데, 취득 금액은 3800억원이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 주식 취득 발표 이후 곧바로 자사주를 넷마블게임즈에 넘기는 거래가 이어진 것으로, 사실상 두 회사가 주식스왑을 통해 백기사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195만8583주(8.93%)를 보유해왔다. 이를 놓고 업계에선 이 자사주 행방이 어디로 갈지에 초미의 관심이 모은 바 있다. 자사주가 누구 손에 넘어 가느냐에 따라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어서다. 이에 넥슨은 엔씨소프트측에 주주제안을 통해 자사주를 소각하라고 요청한 바 있으나 엔씨소프트는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주는 엔씨소프트의 중요한 투자나 M&A에 쓰일 수 있는 자산 가운데 하나"라며 "지금으로서는 당장 자사주를 소각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으며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나 M&A를 하게 될 때 사용할 자원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넷마블게임즈에 넘김으로써 김택진 대표의 우호지분은 최대주주인 넥슨(15.1%)을 단숨에 웃도는 20%에 달하게 됐다. 현재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은 10.0%에 그치고 있으나 넷마블게임즈가 인수한 자사주(8.89%)를 합치면 18.89%에 이르게 된다.
두 회사의 주식 스왑으로 게임 사업면에서 시너지도 예상된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각각 온라인 역할수행게임(MMORPG)과 모바일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이날 오전 중으로 두 회사의 '오너'인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의장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