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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창조센터]①모두가 청산 대상?

  • 2017.05.24(수) 14:11

前 정권 핵심사업, 풍전등화 운명
통폐합 예고…공과 꼼꼼히 따져야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에서 다뤄졌던 정책사항 재검토가 진행중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창조경제 핵심 사업인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그중 하나다. 일각에선 스타트업 지원이라는 대의명분은 살리면서 전 정권의 흔적을 없앨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기창조센터). 이 곳에 근무하는 45명의 직원들은 요즘 불안해서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前) 정권의 유물로 낙인 찍혀 폐기할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를 놓고 말들이 무성하지만 정작 직원들이 통보받은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3월에 문을 연 경기창조센터에는 경기도청과 KT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 각각 5명·10명, 경기센터가 자체적으로 뽑은 계약직 및 정규직이 30명이나 된다. 경기센터가 문을 닫으면 파견직은 돌아갈 곳이라도 있으나 다른 이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백세현 경기창조센터 대외협력팀장은 "센터가 첫 직장인 신입 직원들은 고용불안도 있지만 자신이 해온 일이 국정농단 사태에 엮여 있다는 수치심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고 말했다. 

 

비단 경기창조센터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현재 54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당장 센터 문이 닫힐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일자리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일하고 있다.

 

◇ 국정농단 사건 후폭퐁 몰아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인 창조경제의 전진 기지로 지역 발전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 2014년 9월 대구창조센터를 시작으로 17개 시도에 18곳이 설립됐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스타트업을 전담 지원하는 체계로 운영중이다. 창업기업 육성 외에도 중소기업 혁신 및 지역 특화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작년말부터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지면서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창조경제센터에는 최순실의 측근이자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차은택 전 광고감독이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은택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광고회사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옛 모스코스)가 센터 18곳의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수의계약(경쟁이 아닌 임의로 맺는 방식)으로 따냈다는 것이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설립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압박과 함께 출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올해초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청와대의 강압으로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지역을 직접 고르고 특화 사업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지역을 짝지어준 것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A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서울·경기창조센터 등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으나 일부 창조센터는 창업 수요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몇몇 창조센터가 위치한 곳은 창업을 하겠다고 나설 젊은들이 없는 지역이라 처음부터 센터를 세우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 현황 [자료=창조경제혁신센터]

 

◇ 싸잡아 비난말고 외과수술법 도입해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적폐 청산을 내건 새 정권이 그대로 놔두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의하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수술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8대 대선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밀어온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창조경제를 통해 벤처 기업과 창업을 확대한 것은 높이 평가하나 창업 지원 단계에서 끝나서는 안되고 그 이후까지 지원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면 지금의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 창조센터의 운명도 불투명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금의 운영 방식이 바뀌는 것은 물론 '창조경제'란 간판도 떼일 것이 자명하다. 각 지역 창조센터 성과에 따라 통폐합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일하는 현장 실무자들의 동요가 클 수밖에 없다.

 

백세현 경기창조센터 대외협력팀장은 "창조센터마다 창업 지원 사업을 수년간 해오면서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상당한데 일관되지 않은 정책 탓에 지속할 수 없다면 결국 손해는 누가 보게 되느냐"며 "일부 잘못된 고위층들의 문제로 현장 실무자 사기를 저하시키고 적폐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몰아 부치는 것보다 잘잘못을 따져 암세포만 정확히 도려내는 외과수술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 정부가 ‘잃어버린 9년'을 내걸며 지나치게 이전 정권의 흔적을 없애려 하다간 그동안의 이룩한 성과마저 아깝게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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