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든 것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이 가계통신비 절감 대안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완전자급제를 과기정통부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최근 불거진 네이버의 스포츠 뉴스 재배열 청탁 사건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은 네이버에 뉴스 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김용수 과기정통부 제2차관과 실무자들은 지난주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니며 단말기 완전자급제 효과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증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상 완전자급제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 의원은 "과기정통부 실무자들이 지난 24일 의원실에 와서 완전자급제에 대한 보고를 했는데 이틀 뒤에 보고서와 거의 같은 내용이 일부 언론 매체에 실렸다"라며 "과기부가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여론 조작에 나선 것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보고서 결론만 보면 자급제는 부작용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급격히 악화된 국민여론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라며 "완전자급제 싹을 꺽어야 한다는 의지가 철철 넘쳐흐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수 과기부 차관은 "내용은 비슷하나 (언론사에 준 것은 과기부) 내부에서 준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라며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때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 우려를 개괄적으로 보고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용수 차관이 의원실에 그러한 자료를 제출한 것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유통 업체 등 이해 관계자가 반발하니 그런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계통신비 인하는 새 정부의 근본적 국정 철학에서 나온 것인데 과기정통부가 어떻게 전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느냐"라며 "과기정통부가 엉뚱한 데이터를 들이 밀면서 요금 인하 정책을 물타기 하려는 것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 의원들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장관은 "과기정통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이라며 "단말기 제조사를 비롯해 통신사와 유통망, 소비자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라 논의기구를 통해 정밀하게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네이버가 뉴스를 자의적으로 배치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강효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네이버에 대해 뉴스 배치 알고리즘을 요구했으나 아직 답변이 없다"라며 "과방위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을 신상진 위원장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의원은 "과기부에도 진상조사를 촉구한다"라며 "네이버는 뉴스서비스를 중단하고 모바일앱에서도 뉴스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포털이 임의로 기사를 배열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라며 "포털의 책임과 관련해 합리적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발 더 나가 정부의 고지서를 모바일 메신저로 받아볼 수 있도록 과기부가 전자문서법 관련 고시를 개정한 것이 네이버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지난 8월24일 '공인전자주소의 구성 및 체계 등에 관한 규정' 등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며 "이 고시를 개정한 것이 6조원 가량의 특혜를 가져다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