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아이템을 살지 말지 고민한 적 한번쯤 있으실 겁니다. 능력치를 높여주는 아이템이 없으면 레벨을 올리거나 게임에서 이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때가 있는데요.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해 이용자의 원성이 높습니다.
이용자의 목소리를 들어서 일까요. 최근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확 줄인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자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들 게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넥슨의 올해 신작인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는 능력치 강화 아이템이 거의 없습니다. 능력치를 쌓는 속도를 올려주는 '듀랑고 패키지' 이외엔 대부분 의상, 가구 등 장식 아이템입니다.
기존 MMORPG는 검, 활, 방패 등 다양한 무기를 팔았습니다.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은 셈인데요. '야생의 땅: 듀랑고'는 무기를 따로 팔지 않아 이용자의 부담을 덜었습니다.
블루홀의 작년 히트작인 다중 서바이벌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아예 두지 않았습니다. 게임 다운로드 시 3만3000원 상당의 패키지 구입비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구입비를 낸 이후엔 추가로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선 패키지 구입비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는 게임이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다수 게임이 패키지 구입비를 받고도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사도록 하는 것과 대조된다는 설명입니다.
게임사 입장에선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줄이긴 쉽지 않습니다. MMORPG 등 스케일 큰 게임의 인기로 게임 제작비가 높아지고 수익화 압박도 커졌는데요.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외면하긴 어렵습니다.
중소 게임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게임이 크고 화려해지면서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 게임사에 밀리는 판인데요. 당장 생존하기 급하니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저버리기 힘들겠지요.
그럼에도 일부 게임사들이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줄이는 건 이용자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금전적 부담이 커 게임에서 손을 떼는 이용자가 생기자 변화에 나섰습니다.
게임사 관계자는 "대형 게임은 이용자를 장기간 잡아둬야 할 필요성이 크다"면서 "천천히 오래 가려면 이용자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줄인 게임들은 감성적 만족을 주는 아이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게임 캐릭터를 예쁘게 꾸미는 아이템 등에 집중해 이용자의 반감을 줄였다는 얘기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고려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입 소문을 타기 어렵다"면서 "빠르게 돈을 벌려고 하면 저변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지만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능력치 강화 아이템을 줄인 게임들이 성공을 거둘진 미지수입니다. 당장 이용자의 반응은 좋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건 다른 문제니까요. 이들 게임이 장기적으로 자리 잡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