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5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에 앞서 제로 레이팅·패스트 레인·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망중립성 원칙 관련 민·관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망 사업자가 특정 콘텐츠 데이터 이용대가를 할인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로레이팅'을 망중립성 논쟁 영역에 넣을 것인지가 첫번째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5G 통신정책협의회의 제1소위 첫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 유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는 이날 발제에서 "5G도 인터넷에 연결될 경우 최선형(Best Effort)망일 수밖에 없어 망 중립성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망 중립성으로 인해 5G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근거가 필요하고, 패스트 레인(Fast Lane·특정 콘텐츠 이용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에 대한 별도 대가를 요구하면 중소 CP(콘텐츠 사업자)에 불리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제로레이팅은 자사 서비스 대상으로 하거나 배타적으로 제공할 경우 불공정 행위이므로 반드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터넷 기업의 등장과 동영상과 같은 대용량 트래픽의 발생으로 인해 망 중립성 완화 필요성이 증대될 전망"이라며 "5G 시대 네트워크 슬라이싱(망을 잘게 나눠 서비스 별로 나눠 쓰는 기술)은 '관리형 서비스'의 활용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CP가 일정 용량을 점유할 경우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속도 지연 허용, 중소 CP에 한해 우선 대우하는 패스트 레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제로레이팅과 관련해선 "근본적으로 망 중립성 위반이 아니므로 허용하되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거나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사안별로 사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왼쪽)과 김용규 한양대 교수가 28일 열린 5G 통신정책협의회 제1소위 회의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
현재 정부는 제로레이팅에 사전 규제를 하지 않고 있으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사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한 브리핑에서 "제로레이팅 자체는 현재 상태로 보면 망중립 원칙 관련 큰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불공정 행위를 통해 시장 경쟁 상황을 왜곡하는 사례에 대해 사후 규제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네트워크 슬라이스 등 관리형 서비스와 제로레이팅 등 특정 주제 중심으로 일단 논의를 시작하되, 업체별로 실증적 자료 제출을 요청할 방침이다. 각자 주장만 펼쳐선 논의가 공전할 공산이 있으므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가져오라는 취지다.
앞으로 5G 통신정책협의회는 이날 제시된 사안들부터 시작해 내년 3월까지 7개월가량 순차적으로 논의를 거듭하며 사업자 간 합의를 이끌 계획이다.
정책협의회내 소위 위원장을 맡은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6년 전 망중립성 원칙을 민·관이 논의할 때와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며 "과거 통신사들이 국내 웹하드나 P2P 업체 등을 상대했다면 이제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레이어를 상대해야 하고 이 중에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목소리도 있어 아주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