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이 주주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꺼져가던 불씨를 키운 건 자회사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 추진 소식이다.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판매 로열티 20%를 분배받는 제노스코가 상장하면 기존 오스코텍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은 현재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액트는 마이데이터를 통한 주주인증을 거쳐야 가입이 가능한데 현재까지 소액주주 지분 9.1%(348만주)가 플랫폼에 모였다.
주주대표를 맡겠다며 후보로 나선 한 주주는 회사 정관에서 경영권을 보호하는 초다수결의제 조항 삭제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초다수결의제는 이사해임 등의 특정 안건을 통과하는 기준을 일반 특별결의안건 찬성기준(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보다 엄격하게 설정할 수 있는 조항이다.
오스코텍은 현재 발행주식의 5분의 4인 80% 이상 찬성을 초다수결의 요건으로 두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지분 12.4%를 보유한 김정근 현 대표가 이 조항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주제안으로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려 해도 80%가 넘는 찬성표를 얻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실제 소액주주들은 초다수결의제 삭제에 이어 김 대표 해임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주주대표 후보는 "초다수결의제부터 무효화시켜야 오스코텍이 살아난다"며 "수많은 주주를 피곤하게 하는 김 대표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고 주주들에게 밝혔다.
소액주주들이 이처럼 결집한 이유는 오스코텍이 지난 22일 자회사인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다.
오스코텍은 지난 8월 유한양행이 미국에서 허가 받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개발한 회사다. 오스코텍은 지난 2015년 유한양행에 이 물질을 이전하면서 상업화 과정에서 판매 로열티의 40%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절반씩 받는 권리를 확보 했다.
오스코텍 주주들은 제노스코가 상장되면 회사가 받는 전체 로열티 가치가 희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노스코의 상장이 사실상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것과 같은 주주가치 훼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오스코텍의 주가는 제노스코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5거래일간 26.2% 하락했다. 29일 오전 11시 현재 주가는 전일대비 3.4% 내린 2만8200원을 기록 중이다.
주주들의 반발에 오스코텍은 28일 자사의 홈페이지에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은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함께 개발했기에 여러 차례 공시를 통해 알려드린 바와 같이 관련 수익은 양사가 배분한다"며 "레이저티닙이나 다른 파이프라인의 지분을 떼어내어 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을 통한 상장, 즉 쪼개기 상장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신약개발이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노스코 상장은 연구개발을 강화해 회사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상장으로 제2, 제3의 레이저티닙이 탄생한다면 이는 곧 오스코텍의 가치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해명에도 주주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 소액주주는 "주주들이 연대하니 협박하는 것"이라며 "회사에서 올린 공지가 올바른 대응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스코텍이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소액주주연대는 오스코텍 정관에서 초다수결의제를 삭제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한 바 있다. 다만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안건이 부결되면서 수포가 됐다. 지난해말 현재 오스코텍의 소액주주는 약 3만5900명으로, 이들의 보유지분은 총 71.3%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