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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완벽 대비'…삼성바이오가 '챗GPT' 만드는 이유

  • 2025.01.13(월) 08:10

삼성SDS와 자체 생성형 AI 모델 개발
GMP 실사 효율 제고…적용범위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생성형 AI(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직원들이 방대한 양의 내부 문서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업무에 필요한 정보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특히 규제기관으로부터 의약품 제조와 품질관리 능력을 검증받는 실사 업무에서 활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이 작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그룹의 ICT(정보통신기술) 계열사인 삼성SDS와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특화된 이 플랫폼은 오픈AI의 '챗GPT'처럼 직원들의 질문을 분석해 적합한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고객사의 의약품을 대신 개발 및 생산하는 CDMO(위탁개발생산)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기술을 도입한 이유는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실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2월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해 5공장 건설현황을 보고받고 있다./사진=삼성그룹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사를 대신해 제조한 의약품이 임상시험에 사용되거나, 시장에 출시되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각국 규제기관이 시행하는 GMP 실사를 통과해야 한다. 제조공정, 품질관리 등의 분야에서 각 기관이 정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고객사가 CDMO사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실사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제품 생산이 중단되는 등 회사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사 준비와 대응 과정에서 사소한 빈틈조차 허용되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도입한 AI 플랫폼은 실사 과정에서 점검이 필요한 내용을 직원이 요청하면 내부 데이터베이스(DB) 안에서 적합한 정보를 자동으로 찾아준다. 이를 통해 사람이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휴먼 에러(인적오류)와 업무 지연을 줄일 수 있다.

품질관리 등의 업무기록을 표준화된 형식으로 통합해 실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직원들은 핵심적인 정보에 실시간으로 접근해 몇 분 안에 규제 요청에 대응할 수 있어 효율성과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다"며 "사전에 관련 문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실사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AI, 초격차 발판으로

텍스트(글)뿐만 아니라 표, 사진과 같은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만큼 생성형 AI 개발에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CDMO사 중에서 생성형 AI를 정식 도입한 곳은 아직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아툴 모힌드라 론자 R&D(연구개발) 바이오로직스 부문 대표는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비용 등의 문제로 CDMO사가 AI 기술에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자체 AI 플랫폼 개발과 데이터 통합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여되는 것이 사실이나 CDMO사가 이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따른 이점도 뚜렷하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분야에서 연간 40억~70억달러(5조8000억원~10조200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하면 의약품 실사 업무효율성을 기존 대비 30~40% 개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1조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계약을 연달아 맺고 있는 가운데 생산성 측면에서도 AI 플랫폼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인력의 업무 교육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등을 통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약 7조원을 투자해 5~8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8만리터 규모의 생산역량을 갖춘 5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생산성 향상, 운영 비용 절감,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품질과 규제 영역을 넘어 영업, 마케팅, 인사, 재무 분야까지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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