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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전화위복]아편 대체한 100년 넘은 해열진통제

  • 2025.02.03(월) 08:10

아스피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진통제
혈소판 응집 억제…뇌졸중 심혈관계 질환 예방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의약품 부작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부작용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하지 못한 효능이 발견되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운명이 뒤바뀌거나 또 다른 효능이 발견된 약들의 뒷이야기를 다뤄본다.[편집자주]

대부분의 가정집에선 비상시를 대비해 진통제를 구비해놓는다.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은 주말이나 한밤중에 갑자기 치통, 두통 등의 통증이 나타날 때가 있어서다.이 때 진통제는 유용하게 쓰인다.

진통제의 역사는 오래됐다. 인류 최초로 도구를 사용해 농경과 목축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부터 아편의 원재료인 양귀비를 재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편은 통증을 완화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편은 지금도 쓰인다. 심각한 통증을 억제하기 위한 모르핀, 펜타닐 등 진통제들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마약류로 분류돼 사용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심각한 중독성 문제 때문이다. 

세계 최초 합성의약품, 가장 많이 팔린 '아스피린'

아편의 중독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18~19세기경에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 상위 20위권에 드는 독일의 바이엘이 주인공이다. 바이엘은 원래 염료회사였는데 1887년 염료를 생산하며 나온 폐기물 '아닐린' 성분으로 해열 진통제 '페나세틴'을 개발했다. 

페나세틴은 1889년부터 1892년까지 세계에 인플루엔자(독감)가 확산할 당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신독성(신장 및 콩팥에 독성을 일으키는 성질)과 발암성 등 위험성이 대두되며 1980년대 이후 사용이 중단됐다. 

바이엘은 페나세틴 개발 직후 또 다른 성분의 진통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진통제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은 '살리실산'이 주 성분이다.

고대부터 진통제로 쓴 '버드나무껍질' 추출물이 주 원료

살리실산은 버드나무 껍질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실제로 옛부터 버드나무 껍질을 진통제로 썼던 기록이 남아있다.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기원전 3000년전 버드나무 껍질을 통증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서양 의학의 선구자로 유명한 히포크라테스도 기원전 1500년경 버드나무 껍질을 진통제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바이엘은 1897년 버드나무 껍질이 아닌 장미과 식물인 메도우스위트라는 허브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메도우스위트 역시 오래 전부터 유럽에서 해열진통제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피린은 아편과 달리 중독성 문제도 없어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리는 진통제로 꼽힌다. 아스피린은 세계 최초의 합성의약품으로, 합성 신약 개발의 시초가 됐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아스피린은 지난 2020년 1177만6100달러에 달하는 물량이 수입돼 수입 1위 의약품에 이름을 올렸다. 

혈소판 응집 억제해 심혈관계 질환 예방

아스피린은 1970년대에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또 한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연구팀은 1978년 아스피린이 뇌졸중 위험을 31% 떨어뜨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아스피린이 혈전 형성의 주범인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엘은 아스피린의 후속 개발을 통해 1980년 심혈관 질환 예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아스피린은 용량별로 쓰임이 다른데 500mg은 해열진통제, 100mg은 심혈관 질환 2차 예방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지난 2022년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가 60세 이상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에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면서 현재는 2차 예방 목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해열진통제로는 약국에서도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지만 심혈관계 예방 약으로 복용할 경우 약물 상호관계나 부작용 등의 위험으로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처방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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