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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전화위복]우울증약, 금연치료제가 된 까닭

  • 2025.01.28(화) 08:20

니코틴 없는 세계 최초 금연치료제 '부프로피온'
도파민 지속시간 유지로 우울증·흡연욕구 감소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의약품 부작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부작용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하지 못한 효능이 발견되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운명이 뒤바뀌거나 또 다른 효능이 발견된 약들의 뒷이야기를 다뤄본다.[편집자주]

새해 목표는? 흡연자라면 새해 목표로 금연을 많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의 중독성이 강해 마음처럼 끊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니코틴 금단 증상은 금연 시도자 중 5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흡연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의적으로 금연이 힘들다 보니 금연치료제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약으로 출발 '웰부트린', 12년 후 금연치료제로

세계 최초 금연치료제(금연보조제)는 부프로피온이라는 성분으로,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했다. GSK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997년 자이반(Zyban)이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받았다. 자이반이 출시되기 이전에는 대부분 니코틴 대체요법에 그쳤다.

니코틴 금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도록 피부에 붙여 니코틴을 서서히 방출하는 니코틴 패치가 1984년에 첫 등장했다. 1990년대에는 니코틴 껌, 흡입기, 비강 스프레이 등 다양한 형태의 니코틴 대체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이반은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는 대체제들과 달리 니코틴이 없는 최초 금연치료제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이반이 금연치료제였던 건 아니다. 금연치료제로 개발되기 12년 전인 1985년 '웰부트린'이라는 우울증치료제로 먼저 개발됐다. 부프로피온 성분이 우울증치료제이자 금연치료제가 된 이유는 약물기전 때문이다. 부프로피온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기분이 좋아지면 뇌에서 분비되는 뇌 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목표를 달성하거나 보상을 받았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 활발하게 분비된다.

뇌에서 분비된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시키면 뇌에 도파민이 머무는 시간이 지연된다. 기분이 좋은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서 우울증상을 줄이는 방식이다. 부프로피온이 우울증치료제로 먼저 개발된 이유다. 

도파민 조절로 흡연 욕구 감소·금단증상 완화

부프로피온이 금연치료제로 개발된 배경 역시 도파민에 있다. 니코틴은 신경계를 자극해 도파민 방출을 증가시킨다. 기분 좋은 상황이 아님에도 도파민 분비로 쾌감을 느끼면서 흡연을 반복하게 된다. 흡연이 계속되면 뇌는 항상성(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유지를 위해 도파민 분비를 줄인다. 

뇌의 도파민 분비는 줄어들었는데 흡연을 통해 니코틴이 공급되지 않으면 안되는 중독 상태가 되는 셈이다. 금연시 우울과 불안, 신경과민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프로피온은 니코틴을 섭취하지 않아도 뇌에 도파민이 오래 머물도록 해 흡연 욕구를 줄이고 금단증상도 완화해준다. 

또 니코틴 대체제의 경우 사용을 중단할 경우 다시 흡연 욕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반면 부프로피온은 고장난 도파민 시스템이 다시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만큼 니코틴 대체제보다 금연 성공률이 높다.

니코틴 중독이 심각하면 니코틴패치나 껌 같은 니코틴 대체제와 병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단 금연을 위해 부프로피온을 복용할 경우 7~12주 단기간 사용해야 하며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흡연 조기 사망인구 600만명…지역금연센터·보건소 등 금연 도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흡연으로 조기 사망하는 인구는 전 세계 600만명에 달하고 이중 60만명은 간접흡연으로 사망했다. 흡연하는 남성의 경우 비흡연 남성에 비해 사망 가능성은 약 70%, 여성의 경우 약 80%가 높아진다. 

특히 흡연은 암 사망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흡연으로 발병할 수 있는 암 종류만도 폐암, 구강암, 인두암, 췌장암, 후두암, 방광암, 신장암 등 8가지에 달한다. 이밖에 폐결핵, 폐렴, 독감,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만성기도장애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금연을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힘들다면 지역금연지원센터나 전국보건소를 통해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니코틴 의존도에 따라 금연보조제를 제공하는 등 금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올해 금연을 목표로 한다면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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