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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⑨한독, 3세 승계 전용 '와이앤에스'

  • 2018.10.17(수) 10:22

김영진 회장 자녀 등 3세 10대 때 와이앤에스 현물출자
와이앤에스가 최대주주로 한독 지배…우회적 지분 승계
지분 승계 아직은 미완성…3세들간 지분 정리도 숙제로

한독은 부산에서 동서약품을 운영하던 고(故) 김신권 회장이 동업자 6명과 1954년 서울 남대문로2가에 문을 연 연합약품이 모태다.

옛 서독 훽스트사 약품을 수입해 팔던 연합약품은 1957년 김 회장이 훽스트를 방문해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1959년 제약공장 준공과 함께 회사 이름을 한독약품공업으로 바꿔 제약업에 진출했다. 1964년엔 훽스트와 국내 최초로 합작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합작 파트너는 그 이후 변신을 거듭했다. 훽스트가 1999년 프랑스 롱프랑로라와 합병해 아벤티스로 이름을 바꿨고, 2004년에는 프랑스 사노피-신데라보가 아벤티스를 인수하면서 사노피-아벤티스가 한독의 새로운 파트너가 됐다. 한독은 2012년 10월 사노피-아벤티스와 합작관계를 정리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합작투자 시대가 한독 1세대의 역사라면 홀로서기는 2세 경영과 흐름을 같이한다. 창업자 김신권 회장의 장남 김영진 현 한독 회장은 1984년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으로 입사해 1991년 부사장, 1996년 사장, 2002년 부회장을 거쳤다.

2006년 김신권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김영진 회장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김영진 회장은 사노피와 합작 관계를 정리한 후 사명을 지금의 한독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독자 경영의 길을 걸었다.

김 회장은 2013년 다국적제약사 테바와 한독테바를 설립하고, 2014년 '케토톱'으로 유명한 태평양제약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2016년에도 미국 건강기능식품업체 저스트씨 지분 투자에 이어 일본 의약품원료회사인 테라밸류즈 인수 등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한독은 김영진 회장의 뒤를 이을 3세 승계도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한(34 ) 씨는 올해 초부터 한독 경영조정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영조정실은 김 회장이 34년 전 입사했던 바로 그 부서다. 김 회장의 차남 김종한(32) 씨도 2013년부터 비상장회사인 와이앤에스(Y&S)인터내셔날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종한 씨가 몸담고 있는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하 와이앤에스)은 한독 3세 지분 승계의 핵심이다.

 


# 중·고등학생이 현물출자한 와이앤에스

현재 한독 지분구조는 김영진 회장(13.65%)과 김 회장의 동생 김석진 와이앤에스 대표(5.13%), 김 회장의 누나 김금희(3.25%) 씨 등 최대주주 특수관계자가 24.6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한독 주주명단에 이름 올리고 있는 특수관계자는 모두 2세들이다. 3세들은 2000년대 초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가 나란히 사라졌다. 3세들이 지분을 더 확보해도 모자랄 판에 주주명단에서 사라진 건 우회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김영진 회장의 장남 김동한 실장과 차남 김종한 이사, 김석진 대표의 장남 김경한 씨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2000년대 초반 한독 지분을 각각 1만5000주(당시 지분율 기준 1.29%)씩 총 4만5000주를 가지고 있었다.

10대 소년들이 주식을 보유하게 된 정확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지만 당시 한독의 주요주주 지분 변동을 살펴보면 조부인 김신권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3세들은 2002년 1월 10일 한독 지분 전량을 와이앤에스라는 신생회사에 현물 출자했다. 당시 3세들이 가지고 있던 한독 주식의 현물출자 가격(평가액)은 1주당 3만5200원. 따라서 1인당 5억2800만원, 총 15억8400만원의 자본금을 와이앤에스에 투자했다.

물론 현물출자여서 3세들이 직접 돈은 넣은 것은 아니다.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한독 주식을 와이앤에스 주식으로 갈아탔을 뿐이다. 3세들은 그 대가로 와이앤에스 지분을 각각 26.6%씩, 총 80%의 지분을 확보해 단숨에 핵심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외이앤에스는 3세들의 현물출자가 이뤄지기 약 2주 전인 2001년 12월 24일 김영진 회장, 김석진 대표 등 2세들이 자본금 4억원으로 설립한 신생회사였다. 2세들이 설립하긴 했지만 3세들을 밀어주기 위한 가교(假橋)에 불과했던 셈이다.

2세들이 판을 깔고 3세들의 손에 쥐어준 와이앤에스의 존재 이유는 10년이 지난 후에 비로소 나타났다.

 


# 합작사 떠나자 3세→와이앤에스→한독...'승계의 축'

2012년 한독이 사노피-아벤티스와 합작관계를 정리하면서 사노피의 자회사 훽스트는 한독 지분 580만 주(50%)를 처분해야 했다.

이때 와이앤에스가 250억원을 들여 162만4000주(14%)를 인수하며 한독의 주요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합작 파트너가 떠난 자리에 3세들의 회사가 단숨에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와이앤에스는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며 현재 한독 지분 17.59%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됐다.

김동한 실장 등 3세→와이앤에스→한독으로 이어지는 3세 지분 승계의 중심축을 마련한 셈이다.

와이앤에스는 종합무역, 경영지도, 교육서비스 등을 정관상 사업목적으로 기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관련 매출이 전혀 없다. 한독 지분 외에 이렇다 할 자산도 없고, 벌어들이는 수입도 한독 지분을 보유한 대가로 받는 배당금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와이앤에스의 존재 목적은 단 하나. 3세들의 우회 승계를 위해 한독 지분을 틀어쥐고 있는 것뿐이다.

와이앤에스는 현재 2세 김영진 회장과 김 회장의 동생 김석진 대표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와이앤에스가 한독 최대주주가 된 직후인 2013년부터 김 회장의 부인 장유훈 씨가 감사, 차남 김종한 씨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3세 가운데선 김영진 회장의 장남 김동한 실장이 승계의 중심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4년 한독에 입사해 올해 경영조정실장이 된 그는 초기엔 동생들과 나란히 와이앤에스 지분 26.6%를 보유했지만 이후 지분을 추가 확보해 동생들보다 많은 31.7%를 가지고 있다.

다만 와이앤에스를 통해 3세 승계의 틀은 마련했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다. 2세들이 직접 보유한 한독 지분이 24.68%로 여전히 적지 않고, 그만큼 와이앤에스가 보유한 한독 지분 17.59%도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어서다. 

 

시간이 지나면 3세간 지분 정리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큰 갈등이나 다툼이 없이 훈훈한 결말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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