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아파트 분양 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고 '수십 대 1'의 뜨거운 청약경쟁률로 하루만에 분양물량을 털어버리는 단지가 있는가 하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한 단지도 있다.
초기 청약 흥행에 성공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는 무엇일까?
◇ 서울·대구 청약 '인기몰이'
4일 금융결제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서울 중구 순화동에 선보인 '덕수궁 롯데캐슬'은 지난 2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99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이 아파트는 217가구 모집에 총 1517명이 청약했다.
이 가운데 전용 31㎡는 14가구 모집에 173명이 청약해 최고 경쟁률인 12.4대 1을 기록했다. 76가구를 모집한 82㎡도 10.7대 1로 마감됐다. 중대형인 116㎡와 117㎡도 각각 2대 1, 5대 1을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대구시 유천동 월배택지지구에 짓는 '대구 월배2차 아이파크'도 같은 날 1·2순위 일반분양 청약에서 1713가구 모집에 1만6147명이 모였다. 평균 경쟁률은 9.42대 1로 모든 가구가 모집인원을 채웠다. 443가구를 분양한 84㎡C타입은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 9128명이 접수, 20.60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안양에서 분양한 '호계 푸르지오'의 경우 1~2일 이틀간 1~3순위 청약에서 총 201가구 모집에 235명이 청약해 1.1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8개 주택형 중 7개가 순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채웠다.
▲ 지난달 27일 덕수궁 롯데캐슬 모델하우스 내부에 관람객들이 들어차 있다.(사진: 롯데건설) |
반면 금호건설이 경기도 평택 용이동 현촌지구에 2개 단지로 공급하는 '평택 용이 금호어울림'은 2178가구 모집에 1·2순위에서 115명만 청약을 신청해 청약률이 5%대에 그쳤다.
반도건설이 경기도 화성에서 분양한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2.0'도 965가구 모집에 695명이 청약해 모든 주택형이 미달했다.
◇ 가깝고 싸야 수요자들 '입질'
이처럼 최근 아파트 청약결과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실수요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진 때문이다. 도심 접근성, 학군 등 편의시설 등을 따지는 것은 물론 향후 공급물량까지 계산하는 것이 최근 수요자들의 셈법이다.
덕수궁 롯데캐슬의 경우 도심권 입지가 수요층을 끌어모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분양가가 3.3㎡당 1636만원으로 도심에서 떨어진 마포나 왕십리보다 저렴했던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월배 아이파크 역시 인근의 성서 공단과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풍부한 산업단지 배후수요를 갖춘 게 성공요인이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진천역과 대곡역이 가까워 도심 접근도 수월하다. 분양가도 84㎡가 2억6300만원으로 비교적 낮았다는 평가다.
▲ 지난달 27일 평택 용이 금호어울림 모델하우스 내부. 회사 측은 이날 관람객 5000명 방문했다고 밝혔다.(사진: 금호건설) |
평택 용이 어울림이나 동탄2 반도유보라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층의 관심을 끌기에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인근에서 공급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평택의 경우 개발호재가 많지만 인근인 안성 대덕면에서 롯데건설이 2330가구 규모의 '안성 롯데캐슬'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시장에서 평택 용이 어울림과 맞수로 꼽는 대단지다. 분양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수요자로서도 급할 것이 없는 셈이다.
동탄 역시 작년부터 공급이 몰렸다. 화성지역 미분양이 지난 8월말 현재 3555가구나 된다. 이달 중 경남기업의 '동탄2 경남아너스빌'(344가구)도 나온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팀장은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약률이 높은 곳은 도심 접근이 쉽거나 기반시설이 갖춰져 입주 후 생활 불편이 없고 집값도 쉽게 떨어지지 않을 곳으로 한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