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준공 15년이 넘은 아파트는 430만여가구로 집계된다.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절반가량이다. 이들 아파트는 지은 지 15년 이상되면 리모델링을, 20~4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어 향후 주민들이 사업방향을 저울질 해야 한다.
1995년 12월 준공된 매화마을 1단지는 재건축 연한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리모델링 안과 현 시점에서 이 단지를 재건축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성을 비교해 봤다.
▲ 매화마을 1단지 '리모델링 vs 재건축' 비교 |
◇ 재건축시 리모델링보다 70여가구 더 늘어
매화 1단지는 전용면적 50~60㎡ 아파트 562가구 규모의 단지다. 대지면적 2만6360㎡에 용적률 164%가 적용돼 연면적 4만33402㎡로 지어졌다.
최근 시공사 선정시 포스코건설이 제출한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이 단지는 리모델링 시 가구별 증축범위(전용 85㎡ 이하 40%, 85㎡ 초과 30%)에 맞춰 용적률이 259%까지 상향된다. 연면적은 6만8285㎡까지 늘어난다. 가구수는 기존의 15%까지 늘릴 수 있어 84가구를 더 지어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이 용도지역에 따라 제한을 받는데 3종일반주거지역인 이 단지는 최대 300%까지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연면적은 7만9080㎡까지 늘어날 수 있다. 늘어나는 면적을 감안하면 기존보다 가구수를 150가구 가량 늘릴 수 있다. 같은 대지면적이지만 재건축을 하면 단지 규모는 더 커진다는 얘기다.
다만 재건축의 경우 추가로 짓는 주택 중 법적 상한과 정비계획 용적률 차이의 50%는 소형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단지 규모 등을 감안하면 매화 1단지는 50가구 가량을 소형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 공사비 분담금은 리모델링이 덜 들어
매화마을 1단지는 리모델링 사업에는 총 1100억원이 투입된다. 3.3㎡당 428만원(3.3㎡당 직접공사비 397만원, 발코니확장비 8만원, 구조보수보강공사비 23만원)꼴이다.
재건축의 경우 일반적으로 3.3㎡ 당 400만원 수준에서 공사비가 책정된다. 매화마을 1단지를 재건축 하면 지상층뿐 아니라 지하층 주차장 등이 더 확대돼 지하를 포함한 사업 연면적은 10만5000㎡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총 공사비는 1273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사업비에서 추가로 지은 아파트의 일반분양 수익을 빼고 가구 수대로 나눈 것이 가구별 공사비 분담금이 된다. 매화마을은 리모델링 후 전용 71㎡(공급면적 101㎡) 84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인데 이를 3.3㎡당 1600만원에 분양하면 사업비에서 분양수익금을 빼고 난 뒤 가구당 리모델링 분담금은 1억1514만원이 된다.
이에 비해 단지를 재건축해 소형임대주택분을 제외한 100가구를 일반분양한다고 가정하면 분양수익금은 539억원이 된다. 가구당 분담금은 1억3000만원가량이다. 일반분양분이 많은 저층 단지는 재건축 사업성이 월등하지만 중층인 이 단지의 경우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나은 셈이다.
▲ 매화마을1단지 항공사진(자료: 네이버) |
◇ 리모델링, 사업은 빠르지만 평면·조경 '한계'
리모델링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빠른 사업 진행. 추진 단계에서 조합설립, 이주·철거, 준공까지 평균 5년이면 된다. 반면 재건축은 기본계획 수립부터 정비구역지정 등 조합설립 이전부터 거쳐야할 절차가 복잡해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
다만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평면설계에 한계가 따른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맞춤형 평면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골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건물에 살을 붙여 면적을 넓히는 리모델링으로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도입한 평면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화 1단지 역시 기존 골조를 유지하다보니 채광이나 통풍에 유리한 4베이(방3개와 거실 전면배치) 설계를 도입하지 못했다. 기존 2베이를 3베이로 확대했다고는 해도 엄밀히 말하자면 2.5베이 수준이라는 평가다. 반면 재건축은 골조까지 헐고 신축하는 사업방식이어서 평면설계에 제한이 없다.
또 리모델링은 별동을 신축하거나 수평증축을 겸하는 경우 건폐율(대지 위에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조경면적도 줄어든다. 매화 1단지의 경우 건폐율이 15%에서 24.4%로 늘어나며 현재 주차장과 정원이 있는 곳에는 별동이 들어선다. 동 간격이 좁아지는 것이다.
반면 재건축을 할 경우 아파트 층수나 건물 배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도 개방감 있고 조경 면적이 넓은 단지 구성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향후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