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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계약자들이 분양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신규분양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며 입주전 분양권 값에 웃돈(프리미엄)이 수천만원씩 붙고 있는 위례신도시에서다.
27일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 창곡동 위례신도시 A2-10블록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은 입주예정자 모임을 통해 지난 19일 서울 세종대로 부영 본사 앞에서 단지 개선사항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했다.
당초 입주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던 이 집회는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부영 측이 입주예정자모임 대표단과의 협상 끝에 요구사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잠정 연기됐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 20여명은 부영 본사를 찾아 향후 조치 계획 등을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예정자들은 지난달 계약자 대상 현장점검 뒤 불만이 급격하게 커진 상태. 단지를 둘러본 이들은 단지 조경과 주동(住棟) 출입구, 어린이집 및 커뮤니티 센터와 같은 단지내 부대시설 및 아파트 인테리어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있다. 아파트 품질이 주변 단지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입주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불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 아파트 단지의 이름인 '사랑으로 부영'과 원앙새 모양의 브랜드 이미지(BI)다.
'사랑으로'는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민간건설 공공임대(분양전환 임대) 위주로 사업을 벌여온 부영이 2006년부터 사용해온 아파트 브랜드. '사랑으로 지은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이라는 뜻으로 부영 이중근 회장의 사업철학을 담았고, 원앙 한 쌍을 형상화한 이미지는 화목한 가정에 대한 기원을 표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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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례신도시 부영 사랑으로 입주자들은 임대주택에 주로 사용돼 온 이 브랜드와 브랜드 이미지가 주변 단지에 비해 저급하다며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촌스럽다', '창피하다'는 뒷말이 자칫 향후 아파트 시세 하락이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단지 입주예정자 조 모 씨는 "입주자 모임에서 원앙 그림과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를 반드시 빼자는 목소리가 높다"며 "요즘은 공공분양이나 임대 아파트도 세련된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데 부영 아파트만 유독 시대에 맞지 않는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 신 모 씨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굴지의 건설사들은 단지 특화를 위해 새 브랜드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부영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회사 측이 조치하지 않는다면 준공 후에라도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바꿔 달 계획"이라 전했다.
부영은 주상복합 등 민간분양에 활용하는 별도 브랜드 '애시앙(愛翅鴦, 사랑의 날개를 가진 원앙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보다 자사 사업에 많이 사용해 '애시앙'보다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사랑으로'를 위례신도시 분양에 활용했다.
부영이 분양한 위례 사랑으로 부영은 지하 3층 지상 12~20층 21개동, 전용면적 85~149㎡ 총 138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재작년 12월 주변 위례신도시 단지보다 3.3㎡당 1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으로 분양됐지만 순위별 청약에서 941명만이 신청해 청약인원을 채우지 못한 바 있다.
부영 측은 오는 29일까지 계약자들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 관계자는 "현재 입주예정자들과 브랜드 변경 등 요구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인근에 위치한 '위례신도시 사랑으로 부영' 모델하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