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까지 인수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작년 태평로 옛 삼성생명 본관, 을지로 삼성화재 빌딩을 사들였을 때보다 더 큰 규모의 '빌딩 매입 딜'이다.
15일 금융권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영을 선정했다. 부영과 KEB하나은행은 내달 본점 인수와 관련된 업무협약(MOU)을 맺고 3개월 간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 제시 금액은 인수의향서를 낸 6곳 가운데 가장 높은 9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이 건물을 매각한 후에도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계열사가 당분간 이 건물을 임차해 사용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인수 대상 물건은 1만1442㎡ 규모의 토지와 연면적 7만4834㎡ 규모의 오피스 건물이다. 알려진 인수금액 기준으로 연면적 기준 3.3㎡당 3980만원, 대지면적 기준으로 3.3㎡당 2억6090만원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2014년 10조5500억원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을 때 가격은 3.3㎡당 땅값은 4억3880만원이었다.
서울 태평로 안쪽에 사옥을 두고 있는 부영은 2012년 중구 소공동 112-9 소재 주차장 부지를 사들인 이후 최근 2~3년새 도심 부동산을 연거푸 매입하고 있다. 작년 초에는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5750억원)을 사들여 간판을 바꿔 달았고 이어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4400억원)도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마무리 짓게 되면 기존 사옥을 포함해 서울 중구에만 4곳의 대형 빌딩과 1곳의 호텔 부지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호텔 부지는 지하 7층~지상 27층 호텔을 짓는 계획이 작년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했다. 부영은 올해 3월엔 인천 송도에 포스코건설 사옥(3000억원)도 사들였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영이 업무용 빌딩 인수를 통해 현재 임대주택 사업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전 주력인 임대주택 사업을 위한 택지가 줄면서 오피스 임대와 호텔·리조트 등으로 사업 구조를 확대·개편하려한다는 해석이다.
부영은 전날 베트남 하노이 하동구 모라오신도시에 3482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으로 해외 주택사업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부영은 자산 21조7131억원, 유동자산 규모는 5조원대에 이른다. 작년 매출은 2조3875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7조6341억원, 부채비율 184%로 공기업을 뺀 민간 기업 기준 재계 순위는 올해 13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