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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1단지 어디로]⑥임병용vs정수현..'벼랑끝 주말'

  • 2017.09.22(금) 14:58

GS건설, 이사비 이어 특화비용 상세공개 '공격'
현대건설, '도약 위한 투자' 재강조..D-5 총력전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를 가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올해로 준공 43년째를 맞은 반포 주공1단지가 그 격전지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한강변 가장 넓은 부지에 자리잡은 이 저층 노후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최고 35층, 약 540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전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기호 1번' GS건설 임병용 사장, '기호 2번'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이 잇달아 무대에 직접 올랐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엘루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합동설명회 자리에서다. 상대에 대한 날선 말까지 오갔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지면 끝'이라는 결기가 두 최고경영자(CEO) 한마디 한마디에 서려 있었다.

 

이 자리는 지난 4일 마감된 시공사 입찰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마련된 합동설명회다. 두 건설사는 개별적 자리나 지난 17일 비공식 합동설명회 등에서 사업조건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주말을 보낸 뒤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전 한 차례 더 공식 합동설명회를 가진 뒤 조합원 투표로 승부가 가려진다. D-5. 표심을 사기 위한 두 건설사의 끝장 대결에 불이 붙었다.
  


◇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두 CEO
  
시공사 선정 합동설명회에는 이례적으로 두 건설사 CEO가 나란히 참석했다. 바로 2시간여 전 주택당국에서 현대건설이 제시한 '회심의 카드'를 내려놓게 한 상황이었다. '이사비 7000만원 무상지급'한다는 파격조건 카드였다. 국토교통부가 외부 법률자문을 토대로 시공사의 과도한 이사비 제공의사 표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부의 개입은 이사비 카드를 빼앗긴 현대건설뿐 아니라 이를 문제 삼았던 GS건설도 안절부절 못하게 했다. 설명회를 앞두고 모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누구 때문에 벤츠 한대 값이 날아간 거냐"는 말이 오갔다는 전언이다.

 

연단에 오른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강하게 현대건설을 몰아붙였다. 현대건설이 이사비와 함께 제시한 무상제공 특화계획을 두고 "'블러핑(Bluffing)'이 의심 되니 내역을 공개하라"고 쏴댔다. 블러핑이란 게임이나 도박에서 자신의 패가 좋지 않으면서도 크게 베팅하는 공갈포를 뜻한다.

 

건설 대기업 CEO가 직접 이렇게 수주전 전면에 나선것도 전례가 드물지만 공개적으로 이처럼 높은 수위의 공격적 표현을 상대 측에 쓴 것도 유례가 없다. 임 사장은 "같은 내역을 두고 GS건설은 1600쪽 분량 자료를 냈는데 현대건설은 250쪽이라는 건 상식 이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대건설은 제안서에 각종 특화 무상제공 금액이 이사비 포함 5026억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공사가 무슨 공사인지는 공개를 하지 않는다"며 "그 공사의 객관적 가치가 300억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건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할인해 주는 척 블러핑하는 것과 같다"고 다시 강조했다. 또 현대 측 단지 설계안이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 등도 공박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GS측 공격을 맞받아치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사가 제시한 특화 조건이 주택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성격이라는 점을 강하게 웅변했다. 정 사장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주택분야에서 또 한번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며 "반포1단지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사비와 관련해서도 "조합 입찰 기준에 의거, 조합원들의 원활한 이주를 돕기 위한 금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현대건설이 당당하게 제시한 압도적 사업참여 조건"이라며 "논란이 된 이사비는 지자체와 조합의 협의를 거쳐 조합원들 모두의 이익으로 돌려줄 것이고, 이에 대한 보증을 위해 안이 마련 되는대로 이행보증증권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 18일에는 소송 결과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 이행각서'를 조합 측에 제출했다. 이는 수주전에서 패하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는 의미다.

 

 

◇ 마지막 주말 '총공세'..일각선 '승자의 저주' 우려

 

시공사 선정이 닷새 남았지만 양측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주말을 맞았다. 반포주공1단지가 위치한 반포본동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양쪽 모두 벼랑 끝 전술을 펴는 듯하다"며 "수주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며 비방전으로까지 변질되는 모습이 나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조합원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필사적이다. 합동설명회를 기점으로 이번 주말에 이어 시공사 선정 투표일 당일까지 가능한 모든 접점에서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총공세를 편다는 게 양측의 태세다.

 

국토부는 반포주공1단지뿐만 아니라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사 선정이 과열됐다고 보고 합동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식사제공, 개별홍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보고 서울시, 해당 구청 등과 합동으로 시공사 선정 과정에 대한 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피터지는 수주전을 지켜보는 건설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CEO들이 직접 나설 정도로 판이 커지면서 어느 쪽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한 쪽은 상처가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양측 주택담당 임원들 모두 이번 수주전에 앞서 패배시 사직서를 내겠다는 의지까지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파격적인 조건이 난무하는 출혈경쟁으로 오히려 수주에 성공한 쪽 건설사에 '승자의 독배'가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쪽 모두 반포1단지에서는 이익을 낼 생각이 없어보이는 조건"이라며 "이런 점이 회사 유동성에 부담을 주고 또 다른 시공사 선정 단계 조합의 눈높이만 올려 이후 주택 사업에 부담을 주게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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