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외로 잘 싸웠다. 올 2분기 상장 대형건설사들이 코로나19 등으로 바짝 쪼그라든 실적을 내놓은 반면, 비상장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선방했다. 해외현장이 마무리됐거나 국내사업에 몰두하면서 코로나19 여파를 최소화한 모습이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독주했다. 지난해 해외 부실 프로젝트 손실분을 털어내고 올해 국내 대형 건축 현장들이 준공하면서 상반기 만에 지난해 영업이익의 88%가량을 벌어들였다.
SK건설은 국내 대형 프로젝트의 공정이 진척되고, 한화건설은 일부 프로젝트의 준공에 따른 정산이 이뤄지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우울한 곳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40% 넘게 줄었다. 롯데건설은 상반기 예정이었던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매출 지연 등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악화됐다.
◇ 잘 나가는 포스코건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비상장 대형건설사(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건설·한화건설, 시공능력평가액 순) 매출액은 총 8조1731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1237억원) 대비 0.6% 증가했다.
올 상반기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에도 제자리는 지킨 셈이다. 영업이익은 총 4346억원으로 1년전 3979억원보다 오히려 9.2% 늘었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돋보였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은 2조67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8707억원 대비 7.3% 늘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이 964억원으로 1년전 458억원보다 두배이상 늘었다.
상반기 누적 21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8억원보다 세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475억원의 88%에 달하는 규모다.
이같은 실적 상승의 배경으로는 해외 부실 프로젝트 손실 선반영, 국내 대형 프로젝트 준공 등이 꼽힌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필리핀 마신록 석탄화력발전소, 이라크 카바트 화력발전소 등에서 공사기간 연장 등으로 손실이 있었다"며 "아울러 국내에선 부산 명지 더샵, 여의도 파크원, 서부내륙고속도로, 신안산선 등 프로젝트가 준공되거나 착공을 앞두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포스코건설은 올해 신용등급이 A0(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올랐다. 지난 5월엔 강남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사업(신반포21차)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엔 가락현대5차 재건축 사업도 따냈다.
SK건설도 활짝 웃었다. 2분기 매출액은 2조129억원으로 전년의 1조9010억원 대비 5.9%, 영업이익은 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660억원 대비 18.0% 각각 상승했다.
국내 대형 프로젝트의 공정이 진척되면서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의 M16공장, 경남 고성그린파워 등이 매출로 잡히면서 영업이익 증대를 이끌었다.
한화건설은 외형 성장은 아쉬웠지만 내실은 탄탄히 다졌다. 2분기 매출액이 9137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379억원 대비 12.0%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991억원으로 전년 동기 717억원 대비 37.2% 증가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일부 프로젝트가 준공되면서 정산이 이뤄져서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한편으론 새로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기간공백이 생기면서 매출액이 다소 감소했다"며 "하반기에 3000여 가구 정도 분양이 몰려있고 9000억원 규모 대전 역세권개발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등 먹거리를 확보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 현엔·롯데는 '코로나19 때문에…'
뒷걸음질 친 곳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분기 매출이 1조9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395억원 대비 4.6% 늘어났다. 국내 주택사업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공사에서 매출이 발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576억원으로 전년동기 991억원보다 41.9%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한 탓이다. 아울러 지난해 대형 사업장들이 준공을 하면서 이익이 발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외형·내실 성장 모두 이루지 못했다. 매출액은 1조3187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4782억원 대비 10.8% 줄었다. 영업이익도 1036억원으로 전년동기 1153억원 대비 10.1% 감소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상반기 예정이었던 대형 SOC현장의 매출이 지연된 영향"이라며 "정비사업 수주나 분양에서 조금씩 순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