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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늘어난 종부세…다주택자도 무주택자도 '발동동'

  • 2021.11.22(월) 16:41

공시가격 등 상승에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 껑충
'일단 버티기' 증여·전월세로 조세전가 가능성

역대급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종부세가 늘어나며 세금 부담이 커졌지만 그렇다고 팔기엔 양도세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경우 점진적으로 오르는 금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들은 일단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녀에게 증여를 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등 세입자에게 조세를 전가하는 '출구 전략'을 통해서다. 이에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다주택자 1년만에 '1870만원→5589만원'…종부세 폭탄

국세청이 22일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 여부를 놓고 저울질에 나섰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 기준으로 국내 재산세 과세 대상인 주택 및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택분의 경우 공시가격 11억원을 초과하는 1주택자나 보유주택의 합산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종부세를 결정하는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등이 모두 오른 만큼 종부세 납부 대상자도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인원은 지난해(66만7000명)보다 42% 증가한 94만7000명에 달했다. 다만 1주택자는 고령자, 장기보유자 등을 대상으로 공제 혜택이 크고 종부세 부과 기준액이 상향(9억원→11억원)됨에 따라 부담이 크게 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다주택자다. 많게는 종부세 상승률이 세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전용면적 82㎡) 공시가격 18억5600만원짜리 1가구와 왕십리 텐즈힐(전용 84㎡) 공시가격 11억5520만원짜리 1가구 등 총 2가구를 소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종부세(농어촌특별세 제외)가 약 1870만원에서 올해는 약 5589만원으로 1년 만에 198.95%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재산세, 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등을 더한 보유세는 같은 기간 약 2992만원에서 약 7553만원으로 152.37% 오를 전망이다.

시장에선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일부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부세 폭탄에다 주택매수 관망세, 대출 규제 강화, 점진적 금리 인상 등이 맞물려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1월 셋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 주(100.9)보다 1.3포인트 낮은 99.6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첫째 주(96.1)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지수가 100보다 작다는 건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매도우위 시장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을 활용해서 주택 수를 늘린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와 금리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매물을 일부 내놓을 수 있다"며 "경쟁력이 조금 떨어지는 주택을 매각하고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차라리 전월세 올릴래'…세입자들 어쩌나

그러나 당장은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전히 집값 상승 기대감이 잔존하는데다 양도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율을 10%포인트 끌어올려(지방세 포함 최고 양도세율 82.5%) 지난 6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에 집을 팔기 보다는 증여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으로 전년 동기(6만5574건)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종부세는 이미 예상했던 수준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 보다는 증여 등 다른 출구를 모색하려고 할 것"이라며 "특히 양도세 부담이 워낙 커서 서울뿐만 아니라 가격이 많이 오른 경기, 대구 등 지방에서도 증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세 전가 움직임도 포착되며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이 "종부세 감당하기 힘들면 전월세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등의 글을 다수 올리고 있다. 집주인들이 집을 파는 대신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임대차 거래량은 5만6175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123만4000원으로 전년 동월(112만원) 대비 11만4000원(10.2%) 올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양도세 부담이 워낙 큰 데다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대선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일단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할 것 같다"며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동안에는 조세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움직임이 많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경희 연구원은 "종부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려 할 텐데 전세의 경우 대출 규제로 추가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어 결국 월세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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