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집주인들은 내년엔 더한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획재정부 주택분 종부세 고지 세액 기준으로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는데 내년에는 1주택자는 올해의 2배, 다주택자는 종부세로만 1억원에 달하는 수준의 세금을 내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값이나 공시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엔 100%로 상향되고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등에 따라 종부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유력 대선후보들의 종부세 등 부동산세금과 관련한 정책 공약이 상반돼 대선 결과에 따라 종부세 부담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남아 있다.
'31억' 다주택자 내년 종부세 9300만원
종부세는 매년 6월1일 기준으로 국내 재산세 과세 대상인 주택 및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택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뺀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계산한다. 공제금액은 1주택자는 공시가격 11억원, 다주택자는 합산 공시가격 6억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세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년 1조8000억원 대비 216.67% 증가했다. 내년 종부세는 올해 고지세액보다 16.32% 오른 6조6400억원으로 예상했다.
기재부가 추산한 증가세는 올해보다 크지 않은데 개별 단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다소 달랐다.
정부는 시장가격과 공시가격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세우고 공시가격을 높여나가고 있다. 내년 집값이 제자리수준이라고 하더라도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95%를 적용한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내년엔 100%로 오르면서 공시가격이 올해와 같은 수준이라고 해도 세금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공시가격 12억6300만원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를 소유한 1주택자의 경우 올해 납부할 종부세는 전년대비 113.98% 오른 55만7460원을, 내년에는 128.97% 오른 127만6469원을 내야될 것으로 추산했다.
공시가격 23억4000만원인 고가주택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를 소유한 1주택자의 경우 올해는 전년대비 59.31% 오른 830만8800원을, 내년에는 62% 오른 1346만400원을 납부해야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포자이(전용면적 84㎡) 공시가격 22억4500만원짜리 1가구와 상도더샾1차(전용면적 84㎡) 공시가격 9억3860만원짜리 1가구 등 총 2가구를 소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올해는 전년대비 189.51% 오른 6139만7862원을, 내년에는 51.31% 오른 9290만808원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시뮬레이션은 올해 11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현실화율 81.2%를 적용해 내년 공시가격을 추정했다.
우병탁 팀장은 "이론적으로 집값이 올해 수준보다 더 떨어지면 종부세가 낮아질 수 있지만 단기에 그 정도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내년엔 종부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올해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내년 공시가격이 오를것"이라며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00%로 올라 과표자체가 올해보다 커져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선 변수로 '세금 지옥' 면할까?
현재 유일한 변수로는 대선이 꼽히고 있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들이 종부세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어 어떤 후보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세법개정 등 부동산 세금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종부세 전면 개편 등 세금 완화정책을 시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종부세는 납세 대상자의 수가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론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늦추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종부세 대안책으로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재산세는 그대로 유지하고 종부세를 국토보유세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집값 공약은]①이재명 '기본주택' vs 윤석열 '규제완화'(11월9일)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보유한 모든 사람에게 일정 비율의 세금을 걷는 제도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후보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세금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대안은 종부세 폐지를 통한 부자 감세가 아니라 부동산으로 걷은 세금이 더 많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보유세로 징수한 전액은 국민에게 균등 지급하는 '기본소득' 목적세로 전환할 계획이다. 따라서 약 80∼90%의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은 순 수혜자가 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