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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주택분양보증 시장, 이번엔 문 열리나?

  • 2022.08.31(수) 06:30

'30년 독점' HUG의 주택분양보증 독주
주건협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 추진
공급 활성화 vs 공공성 확보…'팽팽'

주택·건설업계가 30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독점해 온 '주택분양보증' 시장의 문을 또다시 두드리고 있다. 

주택분양보증 시장 개방은 중소건설사의 주택사업 활성화, 원활한 주택 공급 등을 이유로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공공성'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최근엔 부동산 상승세가 한풀 꺾인 데다 정부가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에 힘을 싣고 있어 주택분양보증 시장의 민간 개방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엔 주택업계의 바람대로 보증시장이 개방될지 주목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왜 HUG만?…"연내 의원 입법발의 목표"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가 연내 주택사업공제조합의 분양보증 시장 진출이 가능토록 의원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분양보증은 건설사가 파산해 분양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보증회사가 해당 주택의 분양을 직접 이행하거나 분양대금을 돌려주기로 약속하는 제도다.▷관련기사:[인사이드스토리]HUG만 하던 분양보증, 독점 깨지면?(2019년6월26일)

현행 주택법상 건설사 등 주택 사업자는 30가구 이상 주택을 분양할 때 국토부 산하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금융사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도시기금법, 보험업법 등에 따라 보험회사 중 국토부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에서 분양 보증을 받도록 돼 있지만 HUG 외 보험사를 지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처음부터 공공기관에 분양보증 업무를 일임한 건 아니다. HUG의 전신은 지난 1993년 출범한 '주택사업공제조합'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건설사의 잇따른 부도로 조합이 사고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자 정부가 출자에 나서면서 공공기관인 현 HUG(당시 대한주택보증)로 전환됐다. 

주택분양보증의 독점 문제가 불거진 건 2000년대부터다. 2005년 '분양보증 업무의 독점으로 인한 경쟁 제한'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해 정부는 2008년 '3차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으로 2010년까지 분양보증 독점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2010년이 되자 시장 개방 시기를 5년 뒤로 미뤘고, 이는 또 한 번 미뤄져 2017년 공정위와 국토부가 '경쟁제한적 규제에 대한 개선안'을 통해 2020년까지 개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020년 8월 '주택 분양보증 제도의 발전 방향'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이듬해 2월 KDI가 연구 용역 결과를 받았으나, 세부 내용을 공개하거나 시장 개방 여부를 결정 짓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유야무야 상태다.

유독 애가 타는 건 중소건설사들이다. 사업 업력이 낮아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거나, 보증을 받는다고 해도 수수료 부담이 높아 활발한 주택 사업 추진이 힘들다는 게 주택·건설 업계의 주장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활황기엔 HUG가 분양보증을 명분으로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분양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다수의 중소건설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주건협이 주택분양보증 시장의 문을 강하게 두드리고 있다. 

김형범 주건협 정책관리본부 부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며 의원실, 국토부 등에 건의해 왔지만 이전 정부에선 정부 주도의 주택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쉽지 않았다"며 "현 정부는 민간주도 공급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입장을 설명하고 있고 연내 입법해서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공급 활성화냐 공공성 확보냐

다만 주택분양보증 시장 개방 시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주택업계에선 시장 개방 시 보증수수료 인하, 중소기업의 주택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원활한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란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김형범 부장은 "중소업체들은 업력이나 신용도 등이 낮아 보증을 받기 어려운데 직접 출자한 공제조합이 있으면 보증이 가능해지고 분양수수료도 최대 30% 정도 인하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기업의 사업 추진 환경이 나아지면 주택 공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독점구조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폐해가 분명히 있다"며 "경쟁구조로 가면 가격 인하, 서비스의 질 상승 등을 기대해볼 수 있고 공급 효과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개방 시 HUG의 공적 역할이 무너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HUG의 분양가 통제 기능이 사라지면 주택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비교적 자유롭게 올릴 수 있고, 불황기일수록 대규모 대위변제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또 HUG가 현재 주택분양보증 수수료 수익으로 전세반환보증과 임대보증금보증의 손실을 교차 보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양보증 수수료 수익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HUG 측은 "분양보증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으로 분양보증의 공공성, 주택공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HUG가 전담 운영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HUG는 시장 개방 시 △정책기능 상실로 시장관리 불가 △출혈경쟁으로 공적자금 투입 △위기 시 보증 거절 등 공공성 훼손 △HUG 부실화로 인한 정책보증 중단 △대기업 위주 보증공급으로 중소업체 피해 △민간의 주택사업 관리 역량 부족 등의 부작용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형범 부장은 "과거 IMF 때 발생했던 공제조합 부실화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영이나 건전성 부문을 용역에 담았고 추가 요구가 있다면 그또한 수용할 것"이라며 "아울러 HUG의 공공성으로 꼽히는 임대보증 손실 교차 보전의 경우 손실이 발생한다는 건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분양보증수수료로 교차 보전할 게 아니라 별도의 제도개선으로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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