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이달 서울 등 수도권 우수 입지에 4000가구의 주택 공급을 예고했다. 사전청약 때부터 수요가 확인된 동작구 수방사, 인천 계양 본청약이 이번에 포함된다.
그러나 숫자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함께 계획을 내놓은 남현지구, 신길15구역은 이달 수요자들에게 공급되는 것이 아닌 지구 지정 예고에 불과하다. 분양 시점은 빨라야 3~5년 뒤다. 결국 이달 실제 분양 물량은 1369가구다. 이 중에서도 사전청약 등을 제외한 신규 물량은 약 339가구에 불과하다.
'4000가구 공급'을 기대한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숫자다. 적은 물량을 두고 치열한 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는 모집 공고 때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공사비 인상, 로또 청약 우려 등으로 사전청약 때보다는 높아질 전망이다.
'인천계양·수방사' 본청약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서울·수도권 우수 입지에 4개 단지, 4000가구를 공급한다고 3일 밝혔다. △인천계양 1106가구 △동작구수방사 263가구 △남현지구 400가구 △신길15구역 2300가구 등 4069가구다.
그러나 이중 남현지구와 신길15구역은 이달 4일 지구 지정을 통해 공급 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달 실제 청약 대기자에게 분양이 이뤄지는 건 인천계양과 동작구수방사 2개 단지 총 1369가구다.
인천계양 A2·A3는 3기 신도시 최초 분양 단지다. A2 블록은 △전용면적 59㎡ 539가구 △74㎡ 178가구 △84㎡ 30가구 등 747가구다. A3 블록은 전용 55㎡ 단일 평형 359가구를 공급한다.
이 단지는 2021년 진행한 사전청약 당첨 가구 수를 제외하면 300가구 정도가 신규 물량으로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청약 당첨자 중 본청약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해 결격자가 생기면 신규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사전청약 당시 A2블록의 전용 59㎡ 추정 분양가는 3억5628만원, 전용 84㎡는 4억9387만원이었다. 주변 시세 대비 1억~2억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확정 분양가는 본청약 모집 공고 때 나온다.
인천계양 A2·A3는 인천 1호선 박촌역이 가깝고 인천계양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진행 중인 벌말로 및 경명대로 확장, 인천 국제공항고속도로 접속로 신설 등이 예정돼 있다. 유치원, 초등·중학교도 가깝게 배치했다. 견본주택은 9월21일~10월13일 운영할 예정이다.
사전청약에서 '공공분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동작구 수방사(청약 경쟁률 평균 283 대 1)도 이달 본청약에 나선다. 수방사 부지에는 전용 59㎡ 공공주택 263가구가 분양된다.
지난해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총 224명이 당첨된 것으로 알려져 신규 물량은 39가구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사전청약 당첨자 중 결격자가 생기면 신규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는 59㎡ 기준 8억7225만원으로 인근 시세 대비 5억원가량 저렴해 '로또 청약' 열풍이 불었던 바 있다. 확정 분양가는 이달 말 모집 공고 때 나온다. 추정 분양가에 비해선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상한제 범위 내에서 정할 것"이라면서도 "공사비 및 원가 상승이 있었고 분양가가 너무 싸면 로또 분양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감안해 추정 분양가보다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 수방사는 노량진역(1·9호선)과 노들역(9호선) 사이에 있다. 강남, 서울역, 여의도 등 서울 도심 업무 중심지로 이동이 용이하다. 서부선 경전철도 건설 예정이다. 견본주택은 이달 말 분양공고에 맞춰 마련된다.
남현·신길15구역 '이제 시작'일 뿐인데?
국토부가 밝힌 '9월 공급계획' 중 서울 남현지구와 신길15구역은 오는 4일 지구 지정이 되는 곳이다. 이를 시작으로 공급 일정 등이 잡히는 것이다.
이중 남현 공공주택지구에서는 노후 군관사(4만3000㎡)를 재건축해 공공주택 400가구와 새 군관사를 공급한다. 조합원 분양, 임대 등을 제외한 공공분양은 250~300가구로 추정된다. 이주 및 보상 등의 절차에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정부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빠른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남현지구의 부지 소유주는 모두 국가·공공기관(국공유지 100%)이다. 국토부는 주택 인허가·설계 완료 시점에 맞춰 즉시 주택 착공 가능토록 건물 철거 및 부지 조성 등을 추진한다. 해당 지구는 2025년부터 주택 설계와 부지 조성 절차를 병행한다. 지구지정 이후 일정을 단축하더라도 2026년 착공, 2027년엔 분양이 목표다.
남현지구는 4호선 남태령역에서 200m 이내 역세권에 위치해 대중교통으로 강남까지 20분 내 갈 수 있다. 과천대로에 연접 및 강남순환로(사당IC)와도 인접하다. 관악산 자락에 위치하고 우면산·청계산을 마주하며 예술의전당, 백화점, 대학병원 등 인프라도 갖췄다.
신길15구역 복합지구도 이번 지구 지정이 시작일 뿐이다. 이 구역은 지난해 8월 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주민 3분의2 이상 동의(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확보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구지정하게 됐다.
국토부는 지자체 협의, 건축·재해·교육 등 심의를 통합해 기간을 단축하는 통합심의 등을 통해 2026년 복합사업계획(주택사업) 승인, 2028년 착공 및 2029년 분양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총 23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이중 공공분양은 1000가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신길15구역은 영등포역(1호선)과 신풍역(7호선)에 가깝고 올림픽대로 및 서부간선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인접하다. 이번 복합지구로 조성하면서 신규 주택과 함께 도로 정비, 공원 조성, 주민 쉼터 마련 등 생활 인프라를 함께 공급할 예정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남현지구와 신길15구역의 실제 공급은 3~5년 뒤인 셈이다. 국토부는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수요자들을 위해 공급 계획을 미리 안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기준의 물량을 모두 더해 공급효과만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배성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남현지구와 신길15구역은) 지구 지정해서 주택이 처음 나오는 거라 분양 단지와 묶어서 공급이라고 표현했다"며 "분양 전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말씀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에 어떤 그림으로 어느 정도 스케줄로 가고 있는지 미리 말씀드리면 그 지역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염두에 두고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개가 가능할 때마다 분양 이전 단계의 진행 물량이라도 알려드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