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 모든 지상 철도를 지하로 내리겠다는 대대적인 교통 정책을 내놨다. 상부공간엔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해 철길로 인한 지역 간 단절을 해소하고, 복합개발에 따른 이익은 지하화 사업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남권과 동북권을 관통하는 철도 지상 구간을 지하화함으로써 서울 균형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실제 지하화가 이뤄지는 건 2034년, 지상 개발까지 마치는 건 2050년께로 목표를 잡았다.
오세훈 "37만평 녹지 조성"…기찻길을 공원으로
서울시는 23일 서울 시내 지상철도 전체 구간을 지하화하는 내용의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철도 6개 노선(약 71.6km)이 서울 15개 자치구를 통과하고 있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할 구간은 경부선 일대(경부·경인·경의선 및 경원선 일부) 34.7km, 경원선 일대(경원·중앙·경춘선) 32.9km 등 67.6km로 총 39개 역사를 포함한다. 가좌역과 서빙고역 등 지상에 남는 7곳과의 연결부, 경의선 일부 구간(디지털미디어시티~수색) 등 4km를 빼고는 전부다.
녹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원도시 서울'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지상철도 때문에 지역이 단절되고 소음과 진동으로 서울시민의 삶의 질이 매우 저하됐다"며 "지하화를 통해 122만㎡(약 37만평)의 녹지공원을 조성하고 개발이익을 비강남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상철도 지하화를 오랜 기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위한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1월 철도 지하화 통합 개발법이 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가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상부 개발이익을 지하화 사업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의 철도 지하화 계획안에 따르면 경부선 일대와 경원선 일대 2개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총 25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엔 철도 지하화 사업비와 부지 조성비, 보상비 등이 포함된다.
지하화 깊이는 40~60m 대심도로 계획됐다. 선형은 기존 노선의 하부를 지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하화 공사 중 철도 운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좌역 등 7개소를 연결부로 삼아 지상에 임시선을 운행한다.
상부 개발이익은 총 31조원으로 추산된다. 경부선 일대 22조9000억원, 경원선 일대 8조1000억원 등이다. 경부선은 사업비 조달 비율이 152%로 경원선의 사업성(77%)을 보전할 예정이다. 전체 노선의 사업비 조달 비율은 121% 수준이다.
상부공간 중 선로 부지는 공원으로, 철도 역사 용지는 매각을 전제로 입체‧복합개발한다. 경부선은 전체 철도부지의 30%, 경원선은 44%가 개발 가능 부지로 이용된다. 선로공원과 도로 등 기반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땅에 도시개발사업 또는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오피스나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중심지 체계를 고려해 용도지역도 상향해 준다.
'서울 모든 철길'?…서울시 "당연히 될 것"
서울시는 이달 25일 이 같은 내용으로 국토부에 선도 사업을 제안하면 연내 선도 사업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5월 서울시의 종합계획 노선 제안, 12월 국토부의 종합계획 수립을 거쳐 이르면 2027년부터 사업이 시행된다.
다만 실제 사업이 마무리되는 건 지하화 2034년, 지상 개발 2050년께로 예상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2026~2027년 설계 후 2028년 착공하면 공사 기간은 5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2035년부터 상부 개발을 단계별로 진행하면 2045~2050년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계획한다"고 말했다.
공사비가 급등할 경우 사업비가 개발이익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조 본부장은 "공사비와 물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사업비는 가급적 많이, 개발이익은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지금 계획상으로는 국가재정이나 시비 지원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서울시 전체 구간을 선도 사업지로 선정하느냐가 관건이다. 조 본부장은 "6개 노선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돼 있어 모두 지하화하는 게 사업 타당성과 효율성이 높다"며 "서울은 충분한 개발이익을 낼 수 있으니 어떤 형식으로든 당연히 포함될 거라 예상한다. 굳이 우선순위를 꼽자면 경부선 일대는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