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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밥맛을 프로파일하다

  • 2014.11.03(월) 10:53

즉석밥 즐겨 드시나요?

지난주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 다녀왔습니다. 햇반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죠. CJ제일제당은 이곳에서 ‘햇반 R&D(연구개발) 세미나’를 출입기자를 상대로 열었습니다. 맨밥에 R&D가 들어갈 부분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었습니다. “햇반은 R&D의 결정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 빈말이 아니더군요.[관련기사: 팔팔 끓는 '햇반'시장..CJ제일제당, R&D로 밥을 짓다]

우선 밥맛의 조건부터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윤기가 흘러요(외관특성), 밥이 달아요(밥맛), 차져요(찰기), 떡 졌다(조직감) 등 4가지로 밥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은 밥맛을 26가지 지표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밥맛의 종류부터 다양했습니다. CJ제일제당이 관리하는 밥맛의 지표만 총 9가지였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밥에서 단맛, 묵은 밥, 밥의 구수함 정도의 맛만 구별해낸다고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여기서 밥맛을 더 세분화합니다. 신맛, 쓴맛, 쌀풀, 불린쌀가루, 생쌀, 가래떡맛 등입니다. ‘쌀풀’은 갓 지은 밥을 뜸들일 때 나는 냄새라면, ‘생쌀’은 뜸을 덜 들일 때 나는 향이라고 합니다. ‘불린쌀가루’는 밀가루를 먹을 때처럼 입안이 텁텁하고 코팅된 듯 달라 붙는 식감. 그리고 ‘가래떡맛’은 묵은쌀이나 떡 등을 씹을 때 나는 텁텁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이런 맛들은 보통 사람들은 구분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CJ제일제당은 주부 등 일반 소비자들을 6개월 정도 훈련시킨다고 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밥을 먹이고, 그 맛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이죠. 이외에도 7~8년간 훈련을 받은 전문 인력도 몇십명 있다고 합니다. 

 

밥맛 뿐이 아닙니다. 밥의 외관특성은 흰색·윤기·투명도·온전도로 나누고, 찰기는 입술부착·찰기·입안부착·탄력성 등의 지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조직감은 모양 온전도·단단함·응집성·수분 함유·퍼진 정도·표면 거친 정도·뭉쳐서 떡진·덩어리 응집성·씹힘 수 등 세분화돼있었습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신선편의식품센터의 권순희 상무는 “프로파일(Profile)을 통해 쌀을 분석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범죄 현장에서 법인의 수법과 습관 등을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파일링 수법처럼, 밥맛을 세분화해 고객 입맛을 찾아내고 있단 얘기였습니다.

‘즉석밥 하나 만드는데, 굳이···’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까다로운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에 즉석밥을 데워 먹고도 ‘따뜻한 밥을 먹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쌀의 품종, 물의 양, 불의 세기, 밥을 짓는 방식 등에 따라 밥맛은 천지 차이인데, 일정한 수준의 밥맛을 유지하기 위해선 밥맛을 세분화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원들은 밥의 달인이 됐다고 합니다. 한 분야의 달인을 찾는 한 방송에 출연한 CJ제일제당 연구원은 밥맛만 보고, 어느 지역 쌀인지 맞추는 수준이었습니다. 밥맛이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균일하면 전라도 지역의 쌀이고, 씹히는 느낌이 강하면 충청도 지역 쌀이라고 딱 맞추더군요. 놀라웠습니다.

연구원들은 보통 한 식품의 연구가 끝나면, 그 식품을 다시 입에 대지 못한다고 합니다. 매일 입에 달고 사니,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어진다고 합니다. 그나마 밥이나 두부 등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낫다고 하는데 그런 연구원들의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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