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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햄 가격은 왜 오르기만 할까?

  • 2014.06.13(금) 09:38

햄 가격이 오릅니다. 지난 11일 CJ제일제당은 다음달 10일부터 캔햄은 9.3%, 냉장햄은 8.8%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기 반찬인 ‘스팸 클래식’(200g)은 3300원에서 3580원으로 오르게 됩니다. 지난달 말 롯데푸드가 먼저 햄과 소시지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이 합류한 것이죠.

 

CJ제일제당 측은 “국내외 돼지유행성설사병 영향으로 올해 초부터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원가압박이 심화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로는 20%가 넘는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인상률을 9% 수준으로 제한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생색을 내기도 했죠.

가격 인상의 근거로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했습니다. 현재 국내산 뒷다리살은 작년보다 약 28.7% 오른 3900원(kg 당)에 거래되고, 수입산 원료육은 45.2% 올랐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정말일까요? 우선 작년 10월부터 이달 12일까지의 돼지고기 가격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시죠.

 

 


이 그래프는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서 가져온 데이터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이달까지 9개월간의 국내 돈육의 대표가격(꺾은선 그래프)과 두수(막대) 흐름을 볼수 있습니다. CJ제일제당 설명 그대로네요. 올 2월부터 돼지 숫자가 줄고, 가격은 오르기 시작합니다. 지난 2월3일 3099원(이하 kg 당 가격)이었던 돈육가격은 이달 12일 5081원까지 치솟았습니다. 4개월만에 64%가 오른 것이죠. CJ제일제당에게 가격 인상의 명분이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돼지고기 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 걸까요? 돼지들은 설사가 멈추지 않고, 두수는 계속 줄기만 할까요? 한번 그래프의 X축(기간)을 더 늘려보겠습니다. 아래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현재까지 그래프입니다.

 

 

3년6개월간의 최고 가격은 7706원(2011년 6월3일). 최저점은 2605원(2013년 2월13일)입니다.

2011년은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가격이 급등할 때죠. ‘금(金)겹살’이 다시 삼겹살이 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4개월만에 돼지고기 가격은 400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하락세는 작년 초까지 이어집니다.

급기야 돼지고기 가격 폭락 파동까지 일어납니다. 돼지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최저점을 찍은 작년 2월에는 돼지 수가 1만9000만 두를 넘깁니다. 2011년 6월과 비교하면 4배가량 더 늘어난 것이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햄의 원료가 되는 돼지 뒷다리살(국내산), 앞다리살(수입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는 CJ제일제당에서 제공한 햄 원료 가격 추이입니다.

 


그런데 식품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만 죽는 소리를 합니다. 바로 가격을 올리죠. 반대로 원자잿값이 내릴 땐,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습니다. 조용히 원가절감으로 인한 이익을 더 챙기죠.


CJ제일제당도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던 2011년 5월 햄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스팸 클래식'(200g)을 13% 가량 올렸습니다. 하지만 돼지고기 가격이 바닥을 칠 때 CJ제일제당은 햄값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시점에 햄 가격을 올리고, 돼지값이 내려가면 그 수익은 기업이 가져간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래는 2011~2013년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부문 영업이익 추이입니다. 햄가격 인상과 회사 실적 관계는 입증할 수 없습니다. CJ제일제당의 햄 매출은 약 4000억원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한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회사 측의 해명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한 CJ제일제당 관계자은 "버티다 버티다 인상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내 햄 시장은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마트에 가봐라. 수십개의 햄·소시지 제품들이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원가가 내려가서 이익이 생기면 행사를 해서 점유율을 높인다.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 말이다. 돼지고기 가격따라 햄 가격을 올리지만, 다른 비용도 감안해야한다. 2011년에도 원래 30% 가량 올렸어야 했는데 9% 밖에 인상하지 않았다.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안정세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폭으로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으로 갈거같다. 몇 년처럼 다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초부터 사내에 인상 얘기가 나왔다. 미국에 퍼진 돼지 설사병 탓이다. 4월에 올리려 했지만 여론 등의 문제로 미뤘다. 행사를 줄였다. 버티다 버티다, 아주 소폭 인상한 것이다."

 

"어쩔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는 회사측의 주장과 "수익을 챙기기 위한 꼼수"라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돼지고기 가격은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햄 가격은 항상 오르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햄값이 오를수록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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