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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 무슬림 입맛을 잡아라"..식품업계 '할랄' 열풍

  • 2014.12.29(월) 17:37

식품업계 잇따라 '할랄 인증' 받아
'검증된 식재료+웰빙 열풍' 덕에 인기 몰이

식음료 업계에 때 아닌 '할랄' 열풍이 불고 있다. 전세계 18억명에 달하는 무슬림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서다. 내수 시장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식음료 업계에 무슬림은 새로운 아이템이다. 너도나도 '할랄' 인증에 나서는 이유다.

◇ '할랄'이 뭐길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을 일컫는 무슬림은 전세계 약 16억~18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무슬림들은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는다. 이슬람 율법에 의해 생산된 재료를 사용한 음식만 먹을 수 있다.

이들이 먹는 음식을 '할랄 식품'이라고 부른다.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재료로 만든 식품이다. '할랄(Halal)'은 '허용된 것'이란 뜻이다. 반대로 '허용되지 않은 것'은 '하람(Haram)'이라 부른다. '하람 식품'은 절대 먹을 수 없다.

'할랄'의 기준은 무척 까다롭다. 식품 업체들이 '할랄 인증'을 받기까지는 보통 1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꼼꼼하게 검증한다. '독이 없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른바 '3무(無)'가 충족돼야 한다.

▲ 최근 국내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할랄 인증' 받기에 나서고 있다. '할랄 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방법과 식재료만으로 만들어진 식품을 말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은 '할랄 식품'만을 먹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업체들은 이슬람 국가에 제품 수출을 위해 '할랄 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알코올이나 돼지고기, 피 등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육류는 돼지고기를 제외한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이 '할랄 식품'에 속한다. 단, 여기에도 조건이 있다. 코란의 기도문을 암송한 뒤 도축한 고기여야 한다.

또 지정한 순서와 메카의 방향대로 도살해야 한다. 도구는 날카로운 것을 사용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해야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축이 도축되는 장소도 '할랄 인증'을 받은 곳이어야 한다. 도축 전에 병들었거나 이미 죽은 고기는 먹을 수 없다.

할랄은 먹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류, 의약품, 화장품 등 전 부문에 걸쳐 통용된다. 화장품에는 동물성분과 알코올이 함유돼서는 안된다. 의류에는 생물체 문양이 들어가서도 안된다.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무슬림 전통때문이다.

◇ '할랄 식품' 인기 이유

무슬림들은 건강한 식탁을 추구한다. '할랄'이란, '신이 허락한 좋은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돼지고기를 제외한 육류와 해산물, 곡류, 채소, 과일 등이 주재료다. 엄격한 기준으로 검증하는 만큼 믿을 수 있다.

사실 무슬림의 '할랄' 전통에는 과학적인 요소도 숨어있다. '할랄'방식에 의해 도축된 가축은 도축과 동시에 피를 모두 뺀다. 동물의 피는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통로다. 따라서 '할랄'식으로 도축할 경우 신선한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각국의 다양한 '할랄 인증' 마크. '할랄'은 전세계에 통용되는 기준이 없어 이슬람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각 나라별로 인증을 하고 있다.

최근 '할랄 식품'이 인기인 것은 '할랄'이 추구하는 깨끗함과 웰빙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만난 결과다. 무슬림 뿐만 아니라 비무슬림들조차 '할랄 식품'을 찾는다. 식품업계가 '할랄 식품'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할랄'보다 상위 개념도 있다. '코셔(Kosher)'다. '코셔'는 위생과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유대 율법이 담긴 것이다. '코셔'도 원재료부터 가공절차까지 식품 제조 전체공정에 대한 검증을 통과해야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 '할랄'보다 상위 개념인 '코셔'마크. '코셔'는 '할랄'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식재료 등을 검증하는 것으로 북미와 캐나다 등에서는 유기농보다 더욱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으로 인정 받는다.

'코셔'는 '할랄'보다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코셔 식품을 유기농을 넘어선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으로 인식한다. 유대인은 무슬림들의 할랄 음식을 먹지 않는다. 반면, 무슬림은 코셔 식품을 먹는다. 식품업체들에게는 기회다.

◇ 식품 업체들, '할랄' 시장 잡아라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을 수출하려는 각 국가별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할랄'에 관한 공통된 기준이 없어서다. 현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들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랄 인증'을 해주고 있다.

식품업체로서는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다. 인증 자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뿐만 아니라, 수출하려는 나라별로 기준에 맞춰야해서다. 그럼에도 불구, 18억명의 무슬림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2년 기준 1조6000억달러 규모였던 전세계 할랄 시장 규모가 오는 2018년 2조50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세계 무슬림들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할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할랄'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식품 업체들도 '할랄 인증'을 통해 18억명의 잠재적 고객이 있는 무슬림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업체들도 서서히 '할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농심은 할랄 신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대상은 종가집 김치, 마요네즈, 김 등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롯데제과의 꼬깔콘, 내부에 들어가는 돼지기름 추출 젤라틴을 식물 성분으로 대체한 오리온 초코파이도 할랄 인증 식품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햇반, 조미김, 김치 등 30개 품목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동아원은 국내 제분업체 최초로 말레이시아 정부인증기관(JAKIM)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아워홈도 조미김과 김치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식품업계에게 '할랄 시장'은 새로운 타깃"이라며 "18억명에 달하는 잠재적 수요층이 있다는 점은 굉장한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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